北 후방지역에 지휘부 시설 구축해도 무력화 가능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정부가 사거리 800㎞ 탄도미사일(현무2-C)의 탄두 중량을 현재 500㎏에서 1t으로 늘리는 방안을 미국 측과 협의할 것으로 24일 알려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 군은 한미 미사일지침에 의해 사거리 800㎞의 탄도미사일에는 중량 500㎏ 넘는 탄두를 사용할 수 없다.
지난 2012년 개정을 통해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300㎞에서 최대 800㎞로 늘렸지만, 그에 상응하는 파괴력을 갖추지 못하도록 만든 이 지침의 재개정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탄도미사일의 중량이 500㎏에서 2배로 늘어나면 지하 관통력과 낙탄 지점의 피해와 살상력도 그만큼 향상되게 된다. 탄두 중량 500㎏의 미사일은 비행장 활주로 정도를 파손시킬 수 있는 위력을 갖췄다.
우리 군은 북한 전역에 7천여개 이상 구축됐을 것으로 보이는 지하 군시설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더 급선무이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시설 뿐 아니라 산을 뚫어 전투기 격납고까지 건설해놨다.
지난 14일 북한 조선중앙TV가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 시험발사 성공 기념공연의 무대 배경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갱도로 보이는 지하 시설 내부에서 군수 분야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의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탄두 중량이 2배인 1t으로 늘어나면 낙탄 지점의 피해 범위는 지하 10여m까지 달할 수 있다.
이는 10여m 깊이에 구축된 북한 전쟁지휘부의 시설이나 견고한 벙커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뜻으로, 군사적으로 억제 효과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탄도미사일 탄두부에 유도장치까지 달아 정밀도를 높이는 추세이기 때문에 1t의 탄두 중량을 갖춘 800㎞ 미사일에 유도장치까지 장착하면 유사시 어디에 숨어 있는 북한 전쟁지휘부라도 조기에 무력화할 수 있다.
800㎞ 미사일은 남한어디에서든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이 중국과의 접경지역에 전쟁지휘부 시설을 구축한다고 해도 그 지역의 좌표만 확보되면 원거리에서 무력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제주에서 탄두 중량 1t인 800㎞ 미사일의 버튼만 누르면 북한 신의주까지 타격할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한 대북 억지력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군은 평가하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800㎞의 탄도미사일에 1t 중량의 폭탄을 탑재할 수 있다면 유사시 대량응징보복(KMPR) 작전이 효과적으로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며 "관통력과 피해 반경이 현재 500㎏의 탄두 중량보다 2~3배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미측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는 것을 저지하는 것을 중요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탄두 중량 개정 협상에 호의적으로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미는 올해 하반기에 열릴 한미안보협의회(SCM)와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에서 개정 문제를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거리 500㎞ 이상의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의 탄두 중량은 480㎏이고, 사거리 2천㎞가 넘는 토마호크 미사일(BGM-109)의 탄두 중량도 450㎏이다. 공대지 유도폭탄인 벙커버스터(GBU-57)는 탄두 중량이 2.4t에 달한다.
타우러스는 정밀유도기능과 지하 8m까지 내려가 터질 수 있는 공간감지센서를 갖춰 원거리 정밀타격에 동원된다. 벙커버스터도 지하 요새를 무력화하는데 동원되는 폭탄이지만 이를 탑재한 전투기가 목표 상공까지 비행하지 못하면 위력을 발휘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three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