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한국학교 운영난] ① 글로벌 인재 양성의 요람

입력 2017-07-31 07:31   수정 2017-07-31 07:37

[재외한국학교 운영난] ① 글로벌 인재 양성의 요람

민족교육 필요성에서 출발…15개국 32개교에 1만3천700명 재학

90% 이상 대학 진학…모국 명문대 합격률도 높은 '해외 특목고'



< ※ 편집자 주 = 재외국민의 자녀교육을 위한 정규학교인 '한국학교'는 전 세계 15개국에 32개교가 있습니다. 교육부 인가 학교로 거주국과 모국을 잇는 인재 육성의 사명을 띠고 있지만 교육환경은 열악한 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미국과 독일 순방 때 동포간담회에서 "동포 자녀가 정체성을 잃지 않고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게 정부가 돕겠다"고 언급해 한국학교 지원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습니다. 연합뉴스는 중국 베이징·칭다오, 일본 오사카·도쿄의 한국학교 현장을 둘러보고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기획기사 5꼭지를 마련했습니다>

(베이징·칭다오·오사카·도쿄=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원화성을 본떠서 학교를 지었습니다. 아이들이 모국의 전통문화를 잘 이해해 한민족의 일원으로 육성하자는 취지에서죠."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 왕징 거리에 있는 북경한국국제학교 정문에서 기자와 만난 조선진 교장은 학교 건물을 소개하면서 교육의 첫째 목표로 '정체성 확립'을 내세웠다. 이 학교에는 유치원부터 초중고까지 1천100여 명의 재외국민 자녀가 다닌다.

아시아와 중동, 중남미의 개발도상국에 집중된 '한국학교'는 해외 한인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주말학교인 '한글학교'(세계 115개국 1천788개)와 달리 교육부의 인가를 받은 정규학교이다.

하지만 국내와는 달리 초·중학교 무상교육의 혜택은 받지 못한다. '초·중등교육법' 12조를 근거로 한 무상교육은 대상을 국내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학교 졸업생의 국내외 대학 진학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국어와 영어, 현지어 등 최소 3개 국어에 능통한 글로벌 인재를 육성한다는 교육목표가 실현되고 있다는 애기다.




◇ 1961년 일본서 첫 지정…중국 12곳 가장 많아

정부는 1961년 일본 3곳과 대만 2곳의 민족학교를 정규 한국학교로 처음 지정했다. 북한이 일본에서 총련계 학교 지원을 강화하는 데 자극을 받아 재외 민족학교를 챙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1970년대에는 중동 건설 붐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도 한국학교가 생겼고, 이후 동남아·중남미 등의 한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했다.

1992년 한중 수교로 한인 이주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중국에는 12곳에 학교가 설립됐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지난해 4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한국학교가 세워졌다.

현재 한국학교는 중국(12곳), 일본(4곳), 대만·베트남·사우디(각각 2곳), 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싱가포르·파라과이·아르헨티나·브라질·이란·이집트· 러시아(각각 1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들 한국학교의 교사는 총 1천300여 명, 학생은 1만3천700여 명에 이른다.

한국학교는 기본적으로 한국 교육부 교과과정에 충실하지만 글로벌 인재로 육성하기 위해 현지어와 영어 수업의 비중을 높인다. 거주국의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육에도 주력한다.

그러다 보니 국내 학교와 비교하면 주당 수업시간이 6~10시간 많고 교육열도 뜨겁다.

칭다오청운한국학교 김영춘 교장은 "글로벌 인재 교육의 첫걸음은 이중 언어와 문화에 능통해지는 것"이라며 "한국학교 출신들은 최소 3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포용력이 높아서 모국과 거주국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개도국에 집중…미국·유럽엔 한 곳도 없어

한국학교는 현지 한인사회가 주도하고 나서면 정부가 여러 가지 여건을 검토한 뒤 인가하는 절차를 거쳐 설립된다.

인가가 나면 정부는 설립 비용의 50%를 지원한다.

현지 수요에 의해 설립되다 보니 대부분 개도국에 집중돼 있고 교육환경이 좋은 북미나 유럽, 대양주 등에는 한 곳도 없다.

학생은 대부분은 사업을 위해 이주한 교민이나 주재원의 자녀다.

자녀의 정체성 교육을 중시하거나 국제학교의 학비가 부담되는 학부모들이 주로 선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추가 설립 계획이 없다"며 "기존 학교의 내실을 다지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치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 국내외 상위권 대학 진학률 높아

일본의 동경한국학교는 2015년도 고교 졸업생 112명을 대부분 한국과 일본 대학에 진학시켰다.

한국에서는 서울대(2명), 연세대(8명), 고려대(9명), 성균관대(14명), 이화여대(2명), 서강대(8명), 중앙대(13명), 한양대(6명) 등의 상위권 대학에 많이 들어갔다. 일본에서도 명문 와세다대 합격생을 11명이나 배출했다.

2016년도 졸업생(113명) 중에서도 81명이 국내 상위권 대학에 합격하는 성과를 올렸다.

중국 등 다른 국가의 한국학교도 마찬가지다. 한국학교 졸업생 가운데 90% 이상이 졸업하는 해에 대학 진학에 성공하다 보니 '해외 특목고'로 불릴 정도다.

한국학교 졸업생은 재외국민특례입학제도의 혜택을 보기 때문에 국내 고교생에 비해 대학 진학이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만으로 한국학교를 평가절하해서는 곤란하다고 학교 관계자들은 강조한다.

이종건 오사카건국학교 교장은 "실력이 떨어져 휴학하거나 다른 대학으로 재입학하는 졸업생이 없었고 오히려 외국어 능력을 앞세워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았다"며 "한국학교가 경쟁력이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김득영 동경한국학교 교장은 "한국어 교육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글로벌 시민의식 함양에도 힘쓴다"며 "교사들도 세계화 시대에 활약할 인재를 양성한다는 사명감으로 교육에 임한다"고 밝혔다.

wakar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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