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국제사회 우려 커지자 "다른 첨단 장치로 대체" 발표
(카이로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김수진 기자 = 이스라엘 정부가 예루살렘 성지 템플마운트(아랍명 하람 알샤리프) 입구에 설치한 금속탐지기를 제거하면서 유혈 충돌로 격화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이 새 국면을 맞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스라엘 언론과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25일(현지시간) "보안 당국이 예루살렘 성지에 설치된 금속탐지기 사용을 중단하기로 했다"며 "정교한 첨단 장치로 대체할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부터 작업 인부들이 템플마운트 주요 입구에 설치된 금속탐지기 철거 작업을 진행했다.
이스라엘 경찰 대변인도 금속탐지기가 철거됐다고 확인했으나 새로운 장치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이스라엘은 새 장치를 6개월에 걸쳐 설치하는 계획에 따라 대략 1억 셰켈(약 312억원)을 책정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이 장치는 옷가지 등에 숨긴 물체를 탐지할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을 지닌 카메라 세트의 일종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 23일 새 보안 수단으로 템플 사자문 입구 등에 첨단 감시용 카메라를 설치했으며, 일각에서는 카메라가 금속탐지기를 대체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팔레스타인과 이슬람 성직자들은 이스라엘의 이번 조치에도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언론은 일부 무슬림들이 예루살렘 성지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안 조치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여전히 템플마운트 진입을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템플마운트 주변의 모든 보안 조치들이 철거 또는 철회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템플마운트 내부의 알아크사 모스크 관리를 담당하는 이슬람 와크프 재단 역시 금속탐지기가 철거된 이후에도 무슬림들에게 성지 진입을 거부하라고 촉구했다.
와크프 재단은 이날 성명을 내고 "지난 14일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고 와크프기술위원회의 발표가 있을 때까지 알아크사 모스크에 진입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템플마운트의 금속탐지기는 지난주 사망자까지 발생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전날 요르단 수도 암만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에서도 총격이 발생해 팔레스타인 태생 요르단 국적자 등 2명이 숨졌다.
양측이 금속탐지기 설치 문제를 두고 이토록 격하게 대립하는 것은 템플마운트가 유대교와 이슬람의 공동 성지이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 성지를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나서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데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스라엘 당국이 지난 14일 이곳에서 이스라엘 경찰관 2명이 아랍계 남성 3명의 공격으로 숨진 사건을 계기로 금속탐지기를 설치하자, 팔레스타인인들의 분노가 폭발했고 결국 유혈 사태로 이어졌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이 한 발 뒤로 물러섬에 따라 양측의 대치 국면이 완화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각국 정상, 유엔 등은 이번 갈등에 우려를 표하며 신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 중동 문제 특사격인 제이슨 그린블랫 백악관 국제협상 특별대표를 이스라엘에 파견했다.
그린블랫 특사는 데이비드 프리드먼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 네타냐후 총리와 대화를 나눴다.
니콜라이 믈라데노프 유엔 중동특사도 이날 유엔본부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번 위기에 대한 해법이 이번 주 금요예배까지 마련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위기가 고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 안보리는 이날 비공개로 긴급회의를 열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긴장완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이스라엘에 금속탐지기를 제거하라고 촉구했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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