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1개로 번갈아 호흡…살려달라 애원에도 안멈춘 '지옥트럭'

입력 2017-07-25 11:03  

구멍 1개로 번갈아 호흡…살려달라 애원에도 안멈춘 '지옥트럭'

'에어컨 고장·환기구 막힌' 트레일러 짐칸에 밀입국자 90여명 채워넣어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칠흑처럼 새까만 트레일러 짐칸 내부는 출발 전부터 이미 뜨겁게 달궈진 상태였다.

멕시코에 인접한 미국 텍사스 주(州) 러레이도에서 멕시코와 과테말라 출신의 불법이민자를 90명 넘게 꽉 채워 태운 트레일러가 시동을 건 22일(현지시간) 텍사스 남부의 최고 기온은 섭씨 38도에 이르렀다.

폭염 속에서 출발한 트레일러 짐칸이 마치 오븐처럼 달궈지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곧 여기저기서 비명과 물을 달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고, 아이들은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짐칸 벽에 있던 한 개의 작은 구멍을 통해 차례로 숨을 쉬고, 차벽을 두드리며 '살려달라'고 소리쳤지만 차는 멈추지 않았다.

트레일러가 240㎞를 달려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인 두 시간 남짓이었다. 그러나 극심한 탈수와 열사병 증세로 이미 8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쓰러진 뒤였다. 병원 치료 중 2명이 더 숨지면서 사망자가 10명으로 늘어났다.

24일 AP 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은 운전사 제임스 매슈 브래들리 주니어(60)에 대한 연방 수사당국의 범죄 소장과 생존자 증언 등을 토대로 전날 발생한 불법이민자 집단 사망 참사의 과정을 재구성했다.

멕시코 아과스칼리엔테스 주(州)에서 온 아단 랄라베가(27)는 "한 시간 뒤쯤 사람들이 울고 물을 달라고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나도 마찬가지로 땀을 흘렸고 의식을 잃었다"고 AP에 전했다.




비극의 원인은 트레일러 짐칸의 냉방장치가 고장 났고, 4개의 환기구가 모두 막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운전사인 브래들리 주니어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화장실에 가려고 주차할 때까지 사람들이 타고 있는 줄 몰랐다. 트레일러 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안을 들여다보니 스페인어를 쓰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어서 깜짝 놀랐다"며 "사람들이 고기처럼 바닥에 차곡차곡 포개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운전사는 최소 한 명 이상이 이미 숨졌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911에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생존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멕시코에서부터 위험한 여정을 시작했다.

미국으로 들어오기 위해 밀입국 알선조직에 1인당 1만2천500 페소(약 79만 원)를 지급했는데 여기에는 악명높은 멕시코 마약갱단 '세타스'에 보호 명목으로 상납한 1천500페소(약 9만 원)가 포함돼 있다.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 국경을 넘은 이들은 하루 종일 걸은 뒤 다음날 픽업트럭을 타고 러레이도에 도착했다.

여러 채의 '안전가옥'에 흩어져 숨어지내다 트레일러가 도착하면 여기에 타고 샌안토니오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무사히 도착하면 알선조직에 5천500 달러(약 615만 원)를 더 주기로 했다.

랄라베가는 "밀수업자들과 안전가옥에 있던 친구들로부터 '에어컨을 갖춘 공간'에 타고 이동한다고 들었다"며 "사람은 결과를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결정을 한다. 그러나 신에게 감사하게도 우리는 여기 도착했다"고 말했다.

2시간의 악몽 끝에 도착한 샌안토니오의 월마트 주차장에는 이미 6대의 검은색 SUV가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 탑승자가 전했다. 이들 차량은 불과 몇 분 만에 밀입국자들을 가득 태우고 어디론가 떠났다.

경찰과 이민당국은 운전사 외에 밀입국 알선조직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토머스 호먼 이민세관국(ICE) 국장대행은 "운전사를 붙잡았지만 우리가 기소하려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는 점을 확실히 한다"고 말했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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