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크레취만 "5·18은 세계적으로 알려야 할 이야기"

입력 2017-07-25 11:53   수정 2017-07-2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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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크레취만 "5·18은 세계적으로 알려야 할 이야기"

"한국 촬영 '이국적' 경험"…"박찬욱 감독 영화 출연하고 싶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세계적으로 알려져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영화 '택시운전사'에 출연한 독일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55)이 25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났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 기사 만섭(송강호 분)이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광주로 가 그날의 참상을 목격하는 내용을 그렸다.

그는 "대본을 읽자마자 (대본에 반해) 출연을 결정했다"면서 "그 이전까지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역사적) 사실을 제 주변은 물론, 한국과 아시아 이외에는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면서 "개인적으로 리서치 자료를 더 찾아봤는데, 자료 자체가 별로 없어서 다시 한 번 놀랐다"고 했다.

토마스 크레취만은 당시 삼엄한 언론 통제를 뚫고 유일하게 광주를 취재해 5·18을 세계에 알린 독일기자 고 위르겐 힌츠페터 역을 맡았다.

크레취만은 "위르겐 힌츠페터씨가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돌아가셔서 직접 만나 뵙지 못했다"면서 "진리를 끊임없이 탐구하셨던 분인 만큼, 저 역시 그런 점을 최대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동독 출신인 크레취만은 스무 살의 나이에 동독을 탈출, 서독으로 왔다. 이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를 비롯해 '작전명 발키리', '킹콩', '원티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까지 독일과 할리우드뿐만 아니라 여러 국적의 영화를 찍었다.

국경 없이 활약하는 배우지만, 한국에서의 촬영은 그에게 유독 '이국적' 경험이었다고 했다. "저는 사실 '외국인 전문 배우'여서 제가 전혀 모르는 해외에서도 그동안 촬영을 많이 했죠. 그런데 한국에서는 촬영이 끝날 때까지 결국 적응을 못 했습니다. 하하"

그는 지난해 여름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 한국에서 4개월간 촬영했다. 언어장벽 때문에 상대 배우의 대사를 알아들을 수 없어 통역을 통해서 소통해야 했던 외로운 시간이었다. 그래도 그는 "송강호 등 배우들과는 거의 눈빛과 손짓, 발짓으로 90% 이상 의사소통을 했다"며 웃었다.

한편으로는 영화 촬영 과정에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창의적인 작업을 할 때는 흐름이 중요한데, 저 때문에 흐름이 끊기는 것 같아 안타까웠죠. 그동안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연기의 맥을 잡아가곤 했는데, 전혀 듣지 못했죠. 연기자로서 감정적, 심리적인 관점에서 좋지 않은 환경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문제아처럼 느껴졌고, 사람들이 이것저것 챙겨주거나 관심을 둘 때 마치 세 살짜리 아이처럼 느껴지기도 했죠."

그는 "특히 세트 촬영보다 고속도로에서 이동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면서 "이런 여정이 계속되면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됐고, 끝내 이국적인 체험에 적응을 못 했다"고 회상했다.






그래도 영화 속 택시 모델인 1973년식 브리사를 보면서 과거 동독 시절 차량을 떠올리기도 했고, 촬영 틈틈이 그가 좋아하는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겼다. 그는 이날 간담회 도중에 자리를 돌며 자신이 한국에서 찍은 사진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장훈 감독과 송강호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 세계 수많은 감독과 작업을 했는데, 장훈 감독은 제가 좋아하는 감독 중 한 명이죠. 그리고 송강호는 '판타스틱한' 배우입니다. 특히 감정전환이 놀라울 정도로 빠른 배우죠. 어떤 순간에는 재미있다가 어떨 때는 진지했다가, 그런 감정전환을 하는 것은 대단한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크레취만은 박찬욱 감독의 '빅 팬'이라며, 기회가 된다면 박 감독의 차기작에 출연하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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