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고압전류 연결설비에 부딪친듯"…활공지역 아닌 곳 이동 의문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에서 패러글라이더를 즐기던 관광객 등이 고압 전류가 흐르는 전봇대와 출동하면서 감전돼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25일 오전 10시 13분께 제주시 한림읍 금악오름 인근 상공에서 패러글라이딩하던 업체직원 이모(46)씨와 관광객 박모(37·여)씨 등 2명이 전봇대와 충돌하고서 고압 전류가 흐르는 전깃줄에 걸렸다.
이 사고로 이씨가 의식이 없는 채 심정지 상태로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관광객 박씨는 다발성 골절과 감전으로 인한 3도 화상 등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을 구조하는 동안 전기 공급을 끊어 주변 90여 세대가 1시간가량 정전됐다.
사고가 난 전깃줄에는 2만2천900V의 고압 전류가 흘러 감전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위험하다.
한전 관계자는 "단순히 전깃줄에 걸렸다기보다는 이들 패러글라이더가 전봇대 상층부의 변압기에서 전깃줄을 연결하는 설비(COS)와 부딪치면서 고압 전류에 그대로 노출된 것 같다"고 말했다. COS는 전봇대 상층부에 있는 변압기와 고압 전력이 흐르는 전깃줄을 연결하는 설비다.
한림읍 금악오름에는 활공장이 있어 패러글라이딩하려는 관광객 등이 찾고 있다.
한전은 활공 중 패러글라이더가 전봇대나 전깃줄에 걸리는 사고를 예방하려고 대부분 전력 공급 시설을 지중화했으나 이번 사고가 난 곳은 지중화 대상 지역이 아니라고 말했다.
실제 사고가 난 지점은 활공 장소나 착륙 지점과는 남쪽으로 200∼300m 동떨어진 곳이다.
제주에는 이번 사고가 난 업체를 포함해 총 4곳이 항공레저사업으로 등록,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다. 제주지방항공청에서 장비와 패러글라이더 조종사들에 대한 정기 안전점검을 받고 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할 당시는 패러글라이딩하지 말아야 하는 기상 악화나 일몰 이후가 아니어서 패러글라이딩에는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악오름에서 자주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전문가들은 사고가 난 곳이 활공하는 곳과는 반대편에 있는 데다 자주 가는 곳이 아니라며 의문을 제기한다.
경찰은 패러글라이딩 관광업체 직원 이씨가 관광객 박씨와 함께 활공 중 추락하다가 전봇대와 충돌하면서 전깃줄에 걸린 것으로 보고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패러글라이딩 활공 장소나 착륙 지점과는 동떨어진 곳에서 사고가 난 원인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이씨는 감전이 직접적인 사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4년 봄에도 패러글라이더가 전깃줄에 걸리는 사고가 있었으나 1명이 가벼운 부상만 입었다.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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