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아동 사회문제화…"부모는 타인, '다죽었다' 거짓말도"
(선양=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중국에서 돈 벌러 도시로 간 부모와 떨어져 시골에 남겨진 유수아동(留守兒童)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부모를 남으로 여길 정도로 정서적 유대가 훼손된 이들이 10명 중 1명에 이른다는 보고서까지 나왔다.
25일 북경청년망 온라인판에 따르면 공익사회단체 '등굣길'은 최근 발표한 2017년 '중국 유수아동 심리상태 백서'에서 부모와 장기간 떨어져 정서적으로 단절된 유수아동이 전체의 9.7%에 이른다고 밝혔다.
백서는 정서적 단절을 나타낸 이들 어린이가 수년 동안 접촉하지 못한 부모를 자신과 관계없는 타인으로 느낀다고 지적했다.
이들 유수아동은 아버지나 어머니가 숨지더라도 자신에게 아무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는 매정함마저 노출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백서 설문조사에 응한 유수아동 중 11.4%가 '부모가 최근 1개월 사이 모두 사망했다"고 답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중국 연평균 사망률과 비교할 때 훨씬 높은 비율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응답이 자신과 떨어져 지내는 부모에 대한 원망 때문에 나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리이페이(李亦菲) 베이징사범대 미디어·교육연구센터 부주임은 "자식을 시골에 방치한 부모에 대한 원망으로 유수아동의 혈육 간 정이 냉담해진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부모가 도시에서 돈을 벌어 아이의 풍족한 생활을 뒷받침했더라도 부모에 대한 배신감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리이페이 부주임은 "부모가 자식에게 물질적 조건을 얼마나 제공했는지는 상관없었다"며 정서단절을 극복할 방안이 접촉에 있음을 시사했다.
시골에 남겨진 아이들은 사회생활에서도 차별을 받는 이중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가 없어 집단따돌림을 당하는 비율이 무려 절반에 이르렀다.
어머니가 곁에 없는 유수아동이 따돌림당하는 비율은 58%로 가장 높았고, 부모 양쪽이 모두 없는 경우 따돌림 비율이 54%, 아버지가 없는 경우는 48%로 조사됐다.
유수아동 중 65%가량은 '부모가 다투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 답했으며 이는 학년별로 거의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다.
부모의 행동방식을 볼 때 어머니가 자녀에 다정하다는 통념은 사실과 다소 달랐다.
외지로 일하러 간 어머니가 집에 돌아와 자녀를 돌보거나 전화하는 횟수가 아버지보다 10~13% 적어 자녀에 대해 더 매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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