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사이 16명…남성 15명, 중장년층 9명, 질병·장애 13명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지난달 12일 부산 동구의 한 주택 단칸방에서 50대 남성 세입자가 숨진 지 석 달 만에 발견된 후 두 달 사이 부산에서 16명이 홀로 쓸쓸히 죽음을 맞이했다.
2.7일에 1명꼴로 고독사가 발생한 셈이다.
25일 부산시가 16개 구·군을 통해 집계한 고독사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24일까지 부산에서 16명이 고독사했다.
이 자료를 분석한 결과 4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인 이들 가운데 12명은 결혼하지 않았거나 이혼으로 가족 관계가 완전히 단절된 상태였다.
나머지 4명은 자녀가 있지만 거의 연락을 끊고 홀로 지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한 이들을 발견한 것은 대부분 고약한 냄새가 난다는 이웃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이나 경찰관이다.
지난달 19일 부산 동구의 한 빌라에서 발견된 60대 여성은 숨진 지 무려 넉 달가량 지난 것으로 추정됐다.
남편과 사실상 이혼한 그는 슬하에 1남1녀를 뒀지만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고 관할 자치단체 관계자는 설명했다.
무더위로 시신이 부패하면서 악취가 진동했기 때문에 그나마 발견됐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기온이 낮고 문을 꼭 닫는 겨울이었다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지난 뒤 발견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고독사한 이들이 65세 이상 노인일 것이라는 고정관념과는 달리 16명 가운데 과반인 9명은 65세 미만의 중장년층이었다. 특히 이 가운데 4명은 50대였고 1명은 40대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16명 가운데 15명이 남성이다.
전체 사망자의 56%인 9명은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이거나 차상위 계층으로 분류됐다.
나머지 7명은 월 20만원인 기초연금을 받는 데 그치거나 사회복지 안전망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였다.
박민성 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은 "남성은 여성과 달리 이웃과 함께하는 공동체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특히 혼자 사는 중장년층 남성은 외부와 단절된 생활이 문제"라고 말했다.
고독사한 16명 가운데 13명은 질병이나 장애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가운데 6명은 알코올 중독 상태였거나 과도한 음주로 인한 간 경화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
박민성 처장은 "홀로 사는 저소득 중장년층 가운데 평소 건강이 좋지 않은 남성이 고독사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부산시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관련 기관과 협력체제를 구축해 고위험군을 선정하고 집중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고독사한 사람을 악취로 발견한다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이냐"며 "수십만 명의 생활실태를 전수조사하느라 시간을 보낼 게 아니라 연령과 관계없이 1인 가구 가운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이들을 찾는 게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부산시는 중장년층 고독사가 늘자 오는 11월까지 40∼64세 시민 가운데 1인 가구와 쪽방, 고시원 등 주거 취약지에 사는 저소득층 23만여 명의 생활실태를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시는 또 부산복지개발원에 의뢰해 고독사 현황과 예방 대책을 마련하는 연구에 본격 착수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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