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 적대정책 있는한 핵·미사일 협상 안해"…러, 중재 역할 시도한 듯
(서울·모스크바=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6자회담 차석대표가 최근 방북해 북한 외무성 당국자들과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5일 "올레그 부르미스트로프 러시아 외무성 순회대사가 22일부터 25일까지 조선(북한)을 방문하였다"고 전했다.
부르미스트로프 대사는 러시아의 6자회담 차석대표에 해당하는 북핵 담당 특임대사를 맡고 있다.
중앙통신은 부르미스트로프 대사가 방북 기간 신홍철 외무성 부상을 예방하고, 외무성 북아메리카 담당 국장을 만나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중앙통신은 논의 내용에 대해 "우리 측은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격화의 장본인인 미국의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켓을 협상탁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선택한 핵무력 강화의 길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런 입장은 이달 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 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한 언급과 거의 같은 내용이다.
중앙통신은 "러시아 측은 이러한 입장에 유의하면서 조선반도 정세 안정을 위하여 우리측과 긴밀히 연계하고 적극 노력할 입장을 표명하였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아직 부르미스트로프 대사 방북에 대해 아무런 발표도 하지 않고 있다.
북한 측이 러시아 대사의 방북 사실을 서둘러 발표한 것은 탄도미사일 발사를 응징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신규 대북 제재 결의안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의 공조·협력 관계를 부각함으로써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러시아는 최근 북한의 '화성-14' 발사에 대응해 미국이 마련한 안보리 대북 결의안 초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등 북한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한반도 위기 상황 타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부르미스트로프 대사의 방북을 통해 북미 간 중재 역할을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달 초 러시아와 중국 양국 정상회담에서 최종 합의한 한반도 위기 해결책에 대한 북한 측의 입장을 점검하고 조율을 시도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 외무부와 중국 외무성은 이달 4일 크렘린궁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 간 정상회담이 끝난 뒤 그동안 중국이 제안해온 '쌍중단'·'쌍궤병행' 구상에 기초한 한반도 위기 해결책을 담은 공동성명을 내놓았다.
쌍중단은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과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것, 쌍궤병행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체제 구축을 병행 추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러-중은 북한이 핵폭발 장치 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중단을 선언하고 미국과 한국은 대규모 연합훈련을 중단한 뒤,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안보 체제를 구축하고 이어 관련국 간(북-미, 남북한 등) 관계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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