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당신이 남긴 돈은 난치병 학생 돕는데 쓴데요. 하늘에서 이제 행복하게 저를 기다려요."
기부금을 전달하는 기초생활수급자 최식만(88) 씨의 얼굴에는 후련함이 가득했다.
25일 부산 사하구 최 씨의 자택에서 열린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부금 전달식에서 최씨는 연신 벽에 걸린 아내의 사진을 바라보며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이날 최씨는 100만원짜리 수표 1장과 1만원짜리 10장, 반찬 통 안에 가득 들어있는 동전을 모금회 직원에게 건넸다.
최씨에게는 '나눔 증서'가 수여됐다.
나눔 증서에는 최씨 이름뿐만 아니라 3년 전 세상을 떠난 최씨의 아내 서정남(사망 당시 80세) 씨의 이름도 적혀 있었다. 최씨가 이날 기부한 돈은 부인이 남긴 것이라고 한다.
서씨는 후두암과 간암, 당뇨합병증으로 손가락과 발가락 10개를 잘라야 하는 고통스러운 투병 생활에도 "더 아픈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돈을 남겼다.
최씨는 기부하기까지 3년 동안 많은 고뇌를 했다고 말했다.
이날 깔끔하게 차려입은 양복 사이로 보이는 최씨의 몸에 달린 배변 주머니는 최씨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최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 지금은 방광암을 앓고 있다"면서 "내가 돈이 없다 보니 부인이 남긴 돈을 쓰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다가 마음을 다잡았는지 모른다"고 털어놨다.
최씨의 부인 사랑은 집안 곳곳에서 느껴졌다.
최씨의 방안 벽면에는 아내의 사진과 아내를 그리며 쓴 연시, 노랫말이 붙어 있었다.
부부는 63년 전 처음 만나 인연을 맺었다.
한때는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사업이 실패하며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
최 노인은 향후 자신이 사망하면 현재 사는 임대주택의 보증금마저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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