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정부가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여성들을 위한 순회진료나 쉼터 개설을 암묵적으로나마 승인해줄 것을 중국 당국에 요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25일 광화문 태성빌딩에서 사단법인 통일문화연구원(이사장 라종억) 주최로 열린 '중국 거주 탈북여성의 생활실태와 인권' 발표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강 교수는 "현재 중국에 거주 중인 탈북여성들이 앓는 신체적 질병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산부인과 질병"이라며 "이번 조사를 통해 만난 탈북여성들은 산부인과 질병에 대한 검진과 예방을 위한 진료를 한 번이라도 받아보면 좋겠다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탈북여성들이 거주하는 지역이 위생적인 보건환경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시골 마을인 데다, 중국에서 탈북여성들은 호구(戶口·호적)가 없어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여성들이 생활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호구가 없다는 점"이라며 "중국에서 호구가 없으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언제든 북송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1958년 호구제도를 제정해 어떤 호구인가에 따라 교육을 비롯한 각종 사회서비스에서 다른 혜택을 주고 있다.
강 교수는 "국내 입국하는 탈북민 여성 가운데 중국에서 거주하다 온 여성이 70%를 넘는 상황"이라며 "이들이 겪는 문제가 결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강 교수는 지난 1년간 중국 현지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의 탈북여성 100명을 심층 면접한 조사 결과를 이날 발표하고, 중국 내 탈북여성들이 비참하고 열악한 인권 환경에 처해 있다고 고발했다.
면접에 응한 100명 가운데 '비자발적 상황'으로 중국에 거주하게 됐다고 응답한 탈북여성은 77명에 달했다. 비자발적 상황은 ▲ 중국에 왔다가 강제 유인·납치(3명) ▲ 북한에서 강제 유인·납치(3명) ▲ 배고픔 때문에(14명) ▲ 중국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서(54명) ▲ 빚을 갚기 위해(3명) 등으로 분류됐다.
또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여성들이 인신매매로 팔려왔다면서 밝힌 매매가격은 최저가가 6천위안(약 100만원), 최고가가 7만위안(약 1천150만원)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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