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프간에 제공한 군복 '납품 비리' 공식 조사 착수

입력 2017-07-26 10:07  

美, 아프간에 제공한 군복 '납품 비리' 공식 조사 착수

'민둥산' 아프간에 숲 위장용 군복 312억 원어치 지원

매티스 국방장관과 의회도 '철저 조사' 촉구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국토 대부분이 민둥산과 사막으로 된 아프가니스탄에 미국이 30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삼림 지역에서 주로 쓰이는 위장복을 구매, 지원한 것과 관련해 공식 조사가 시작됐다.

미군 기관지 성조지, 미국의 소리방송(VOU) 등 미언론은 미정부가 2천800만 달러(312억 원)의 예산으로 2007년부터 10년 동안 아프간 정부군에 공급한 위장복 구매 결정 과정에서 부정이 개입됐는지와 관련해 아프간 재건 특별감사관실(SIGAR)이 조사에 착수했다고 25일(현지시간)보도했다.

존 소프코 특별감사관은 미 국방부가 소유권자로 사실상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12종의 위장복 디자인 가운데 하나를 사용하는 대신 캐나다 업체가 특허권을 가진 '우드랜드' 전투복(BDU) 디자인과 유사한 것을 채택하는 바람에 거액을 낭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프코 특별감사관은 130만여 벌의 위장복 구매 과정에서 뇌물수수 등 부정부패가 개입됐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불합리한 조치가 신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미국 납세자들은 앞으로 10년 동안 디자인 사용 등에서 7천200만 달러(805억 원)의 불필요한 예산이 낭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프코 특별감사관은 이날 하원 군사위원회 감사ㆍ조사소위에 참석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거액의 예산이 낭비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조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2004년 아프간 정부가 수립된 이후 미국이 아프간 정부군에 제공한 군복 지원이 9천300만 달러(1천41억 원) 규모라고 밝혔다.





소프코 특별감사관은 아프간 정부군 군복과 장비 구매를 감사하는 '아프간 합동 보안 이관 사령부'(CSTC-A)가 발주한 모든 계약에 대한 정밀조사를 요구했다.

미 육군 특전단(그린베레) 등 일부 부대를 시작으로 1981년부터 채용한 우드랜드 전투복은 녹색이나 이와 유사한 계통의 단일 색상이던 예전 전투복보다 위장 효과가 뛰어나 생존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며, 이후 전 세계 상당수 국가도 이를 채택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최근 국방부 고위간부진에 대한 업무지시에서 소프코 특별감사관 명의로 된 17쪽 분량의 보고서를 인용해 국방부의 불합리한 예산 집행 관행을 질타했다.

매티스 장관은 이어 불필요한 예산 지출을 근절하려면 "낭비 관행을 찾아내 과감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매트 게츠 하원의원 등 소위 소속 의원들은 소프코 특별감사관의 이런 요구에 지지 의사를 표시했다.

SIGAR는 아프간 국토 가운데 숲 비율이 2.1%밖에 되지 않는 현실을 도외시한 채 미정부가 2007년 당시 압둘 하힘 와드닥 아프간 국방장관의 결정을 받아들여 숲 위장용 우드랜드 전투복과 유사한 디자인의 전투복을 채택해 예산 낭비와 위험성을 높였다고 지적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달 말 제출된 이 보고서는 숲 위장용 전투복을 착용한 그린베레(육군 특전단)나 해병대 등 미군은 물론이고 아프간 정부군이 오히려 적에게 쉽게 드러나는 등 작전 과정에서 역효과를 낸다고 꼬집었다.

소프코 특별감사관은 "등 뒤에 '날 쏘세요'라는 글귀를 붙인 채 사막에서 돌아다니는 표적이나 마찬가지인 아프간 병사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아프간 국방장관이 자주색이나 핑크색을 좋다고 하면 같은 색깔 전투복을 사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었다.

그는 아프간 정부군에서 만연한 비리가 군복뿐만 아니라고 밝혔다. 올해 초 한 포럼에서는 아프간 반군 탈레반 지휘부가 일선 지휘관들에게 미국이 아프간 정부군에 공급한 연료, 탄약, 화기 등이 훨씬 싸기 때문에 이를 사라고 지시한 증거도 갖고 있다고 폭로했다.

sh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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