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무지와 탐욕, 금융감독체계 사각지대 등이 원인"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중국 다단계 금융회사 투자자 수만 명이 최근 베이징(北京)에서 18년 만에 최대 규모의 '상팡'(上訪·하급기관 민원처리에 불복해 상급기관에 직접 민원을 내는 행위)을 벌이면서 중국에서 유독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가 번성하는 이유가 관심을 끌고 있다.
26일 홍콩 언론에 따르면 중국 다단계 금융투자회사인 '산신후이(善心匯)문화전파유한공사' 회원 약 6만 명은 지난 24일 베이징 톈안먼(天安門)광장 부근에서 법정대표인 장톈밍(張天明) 체포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는 1999년 4월 25일 파룬궁(法輪功) 회원들이 중난하이(中南海)를 포위한 사태 이후 최대 규모 상팡이다.
중국 공안은 장 씨가 폰지사기로 거액의 돈을 사취한 것으로 보고 조사중이며 이 단체에 돈을 낸 사람이 5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작년 개인간(P2P) 금융업체 e쭈바오(租寶)의 폰지사기로 90만 명이 500억 위안(8조4천억원)의 피해를 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 대중의 금융에 대한 무지와 탐욕, 분리된 금융감독 체계에 따른 단속 사각지대 등이 중국에서 금융사기가 번창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중국 런민(人民)대의 자오시쥔(趙錫軍) 재정금융학원 부원장은 중국인들이 금융에 무지하면서도 실현 불가능한 고수익을 바랐기 때문에 중국 내 금융사기가 확산했다고 지적했다.
자오 부원장은 1990년대에 개방된 중국 금융시장의 빠른 발전 속도가 많은 위험을 초래했다며 사람들이 고수익을 얻기를 원하지만, 금융 위험이나 자신을 위한 금융상품을 고르는 방법에 대한 적절한 지식이 없다고 말했다.
자오 부원장은 "중국인들이 자산관리상품(WMP) 등 금융상품에 대거 투자했지만, 매우 단기간만 투자했다"며 "투자 경험도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보기술(IT)을 이용해 위장하는 투자 사기가 매우 짧은 기간에 빨리 확산하고 관련 위험이 눈덩이처럼 커지기 때문에 통제하기 어렵다며 아예 금융기관 직원이 사기를 계획해 더 알아채기 어려운 금융사기 건도 있다고 말했다.
자오 부원장은 "정부 단속이 이러한 경제 범죄의 확산을 제한하는 데 유일하게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 흥업(興業)은행 루정웨이(魯政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폰지사기가 본질적으로 금융 규제당국의 분리에서 기인한 문제라며 인터넷 금융이 상당히 오랜 기간 어떠한 당국의 관할권에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최근 금리 하락세와 증시 불안 등도 그림자 금융의 주범으로 불리는 고금리 WMP에 대한 투자를 부추겼다고 관측했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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