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호스피스 시설서 돌봐줄 의료진 도움 호소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희소병을 안고 태어난 지 열 달 만에 연명치료 중단 판결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영국 아기 찰리 가드가 결국 집에서 숨을 거둘 수 없게 됐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의 부모가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이면서 찰리가 집이 아닌 호스피스 시설에서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게 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8월 태어나 첫돌을 앞둔 찰리는 세계에서 16명만 앓는 희소병 미토콘드리아결핍증후군(MDS) 진단을 받고 런던의 그레이트 오몬드 스트리트 병원(GOSH)에서 연명치료를 받아왔다.
병원은 찰리의 뇌 손상이 회복 불가능하다며 연명치료 중단을 권유했으나 부모는 미국 병원에서 실험적 치료를 시도하겠다며 거부했고, 병원은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영국 법원과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찰리의 고통을 연장할 수 없다며 연명치료 중단 판결을 내렸다.
찰리의 사연이 알려지자 프란치스코 교황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각계에서 찰리의 실험치료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부모에게 희망이 비치는 듯했다.
그러나 실험치료를 위해 지난주 찰리를 진단한 미국 컬럼비아대 병원 신경과 전문의 미치오 히라노 교수가 실험치료도 너무 늦었다는 결론을 내렸고 찰리의 부모는 연명치료 포기를 결정했다.
부모는 "마지막 소원"이라며 찰리를 집으로 데려가 마지막 나날을 함께 보내고 싶다고 호소했지만 병원 측에서는 치료상의 어려움을 들어 호스피스 시설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병원은 찰리가 인공호흡기 등 생명유지장치와 24시간 집중치료를 맡을 전문 의료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모는 찰리가 호스피스 시설에서 일주일 정도 여유를 갖고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병원 측은 이를 위해서도 전문 의료진이 필요하다며 찰리가 호스피스 시설로 옮겨진 이후 몇 시간 내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니컬러스 프랜시스 판사는 찰리를 호스피스로 옮길 것을 명하면서 27일 정오까지 부모와 병원 측이 대체 방안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찰리를 호스피스 시설로 옮긴 직후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호스피스로 옮겨진 찰리의 생명유지장치가 언제 제거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병원 관계자는 "금요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찰리의 가족은 이날 페이스북에 호스피스에서 찰리를 돌볼 전문 의료진의 도움을 요청하면서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제발 이메일을 보내달라. 우리 아들과 평화로운 시간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후 며칠간 찰리를 돌볼 전문 의료진을 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병원 측이 요구하는 집중치료 경험이 없는 가정의학과 의원으로 확인되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됐다.
찰리 가족의 지인은 "병원이 찰리의 마지막 나날을 책임질 의료진과 관련해 기준을 너무 무리하게 높게 설정해 누구도 충분하지 않게 됐다"며 "찰리는 매우 안정적이고 고통 속에 있지 않으며 의사가 거의 필요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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