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일본 기업들이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뒤처지는 연구개발(R&D) 투자를 따라잡으려 IT(정보기술)에 앞다퉈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27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연구개발 활동에 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 주요 기업 268개의 연구개발 투자는 12조444억 엔(약 120조8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5.7% 늘어난 것으로, 동일본 대지진 다음 해인 2012년 이후 최대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이들 기업 가운데 40% 정도는 사상 최대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들이 IT를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데 주력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가 200%를 넘을 정도로 재정 상태가 열악한 탓에 기업 투자를 축으로 국가 경쟁력 향상을 꾀한다. 이들 기업은 실적 개선에 따른 투자 여력을 성장 분야에 쏟아붓는다.
이중에서도 자동차 회사들은 2020년께 보급되는 자율주행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구글 등 세계적 IT 기업들과 주도권 다툼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다.
혼다는 지난해보다 9.4% 늘어난 7천500억 엔을 투자해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AI 등 선진 기술 개발 비용을 확대한다. 도요타자동차도 역대 최고 수준인 1조500억 엔을 쏟는다. 스즈키, 마쓰다, 덴소도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상품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분야로도 투자가 몰리고 있다. 미쓰비시전기는 5.3% 늘어난 2천120억 엔을 예고했다.
소재·화학 관련 기업에서는 스미토모화학이나 미쓰비시캐미칼홀딩스가 선두 주자다. 각각 헬스케어 분야에 투자를 늘린다.
아스테라스제약은 갱년기 장애 치료를 위한 신약 후보를 갖고 있는 벨기에 벤처기업을 인수하면서 연구개발비 전체를 끌어올렸다.
일본 기업들은 현재 AI, IoT, 로봇 등 분야에 관심이 높다. 자사 연구개발비가 부족하다며 외부 연대 강화 움직임도 보인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조합한 연구개발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벤처기업, 대학, 연구기관이 손잡는 오픈이노베이션 채택도 활발하다.
이에 따라 일본의 연구개발 투자 가운데 민간이 책임지는 비중이 70%에 달한다.
그러나 미국, 중국과 비교하면 크게 뒤쳐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미국은 연구개발투자 총액이 2013년 46조 엔으로 2000년보다 5조 엔 이상 늘었다.중국 38조 엔(2014년)과 비교해도 일본은 18조 엔에 불과하다.
도쿄대 사카타 이치로 교수는 "대변혁기에 기업은 새로운 투자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크다"면서 "일본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승부할 분야를 정해 대담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조사는 6월 16일∼7월 18일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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