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재단 모금행사 연설…"상처 숨기지 말고 자신 사랑하라"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셸 오바마 여사가 남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퇴임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섰다. 미셸 여사는 백악관에서 지내는 8년 동안 인종 비하 발언을 들었을 때가 가장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26일(현지시간) 미 언론 CNN과 덴퍼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셸 여사는 전날 덴버 펩시센터에서 열린 콜로라도 여성재단 30주년 기념 모금행사에 참석했다.
8천300여명의 청중 앞에 선 그는 소녀들의 교육과 여성 역량 강화 등에 대해 연설했다.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로서 '가장 큰' 유리천장을 깼다는 평가를 받는 미셸 여사는 "깨진 유리 조각으로 가장 아프게 찔린 경험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웨스트버지니아주의 공공기관 임원이 자신을 두고 '원숭이'에 비유했던 일을 언급하며 "가장 지우고 싶은 기억"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나라를 위해 8년간 정말 열심히 일했다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피부색을 이유로 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작년 11월 클레이 카운티 개발공사 이사였던 파멜라 램지 테일러는 페이스북에 "품위 있고 아름답고 위엄있는 퍼스트레이디를 갖게 돼 기운이 난다. 하이힐을 신은 원숭이를 보는 것에 신물이 난다"는 글을 올려 물의를 빚었다.
미셸 여사는 연설에서 여성들에게 상처를 숨기지 말고 드러내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여성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가 상처 입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견디고 있다'며 "작은 상처를 지닌 채 매일 피를 흘리며 살아가지만 여전히 계속해서 일어서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패는 우리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지만 시간과 함께 치료된다"며 "자기만의 상흔을 갖고 있다면 상처 입은 더 어린 소녀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후임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기 몇 달간 오바마 부부는 외부에는 신경을 거두고 회고록 집필에 집중했다고 미셸 여사는 전했다. 회고록은 2018년 발간될 예정이다.
미셸 여사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 슬로건인 '우린 할 수 있다(Yes we can)'를 언급, "공공서비스와 사회 참여는 영원히 우리 부부 삶의 일부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할 수 있다(Yes he can)'라고 하지 않고 '우린 할 수 있다'고 했잖아요. 우리는 다른 사람이나 지도자에게 많은 걸 떠넘기면서 자신의 의무는 스스로 면제하죠. 우리의 여행은 함께하는 것이고, 우리 모두 이걸 알고 있어요. 모두 이걸 바로잡는 사람을 원하지만, 우리는 '함께' 바로잡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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