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시 교육대·사범대학생, 초·중교서 눈높이 학습 지원
(공주=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마녀 저주로 할머니로 변한 소피가 사랑의 힘으로 다시 젊어진 건가?",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뜻인 것 같아."
지난 27일 충남 공주시 공주북중 교실에서는 특별한 국어 수업이 진행됐다.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소재로 중학생 4명이 나름의 감상과 비평을 함께 나누는 과정이 제법 진지했다.
학생들 사이에 자리한 비교적 앳된 얼굴의 대학생 교사는 중학생 눈높이에 맞춘 친근한 표현으로 다른 해석을 제시하기도 하며 아이들의 글쓰기를 독려했다.
여름방학을 무색하게 하는 이 남다른 학구열 뒤에는 교육의 도시 공주시에서 자랑하는 '대학생 학습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
실력 있는 교육대·사범대생이 모이는 공주시에선 2015년부터 여름·겨울방학마다 대학생 예비 교사들이 초등학교나 중학교를 찾고 있다.
방학에도 계속 학습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위해서다.
국어·영어·수학·과학 등 다루는 과목은 다양하다.
교과서나 학습지로 진행하는 수업도 있으나, 아이돌 노랫말을 분석하며 올바른 한글 표현을 배우는 눈높이 교육도 펼쳐진다.
때론 고입을 앞둔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고민 상담도 한다.
대학생들은 방학 기간 중 하루에 2시간 정도 아이들을 만난다. 학습 일자는 20일을 넘기지 않는다.
보수는 학습 일수에 따라 90만원 범위 안에서 지급한다.
정연만 공주시 교육정책팀장은 "이번 여름방학에는 113명의 대학생이 참여해 학습 지도를 하고 있다"며 "한 번에 3∼4명의 소수 아이들을 매칭해 학습 효과를 높였다"고 28일 말했다.
학습지원단 대학생은 성범죄나 아동학대 경력 조회를 거칠 만큼 선발 요건도 까다롭다고 정 팀장은 덧붙였다.
특별히 요구하는 스펙은 하나 더 있다.
주소가 공주시인 학생만 학습 지원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 교육 정서를 더 자세히 알 수 있도록 도우면서 공주시 정착을 유도하기 위한 조처라고 시는 설명했다.
공주북중에서 국어 학습 지원을 하는 공주교대 강상호(22) 씨는 "경기도 수원이 고향이지만, 진학하면서 공주시로 전입했다"며 "덕분에 아이들과 만나 멘토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너무 좋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아 보였다.
질의를 수시로 스스럼없이 할 정도로 학습에 대한 의욕이 크게 느껴졌다.
오보람(15·여) 학생은 "만화영화나 케이팝 같은 건 사실 교과서에 나오지 않지만, 저희 또래가 누구나 좋아하는 작품"이라며 "이런 것을 통해 공부하다 보니 평소 이해하기 어려웠던 개념을 흥미롭게 파악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이지우(15·여) 학생도 여기에 거들면서 "저희랑 나이 차이가 그렇게 많이 안 나서 그런지 언니 오빠처럼 편한 게 있다"며 "편하게 고민도 들어주고 해서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공주시는 이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이어갈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대학생 여름방학 학습지원단을 성공적으로 안착해 지역에서 학업 하는 대학생에게 교육적 혜택을 주고 싶다"며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에겐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로 삼을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을 다듬겠다"고 강조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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