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연금 소요 예산 연간 7천600만 유로 절감 기대"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하원이 의원들의 종신연금을 폐지 또는 삭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탈리아 하원은 26일 일명 '비탈리치'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348표, 반대 17표, 기권 28표로 가결했다.
이 법안은 전직 의원들을 포함해 의원들이 일반 국가 연금보다 훨씬 관대한 종신연금을 챙기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집권 민주당의 마테오 리케티 의원에 의해 발의됐다.
이날 표결에서는 집권 민주당, 제1야당 오성운동, 극우성향의 정당 북부동맹이 당파를 초월해 협력하며 찬성표를 던졌다.
마테오 렌치 전 총리의 독선적 당 운영에 반발하며 민주당에서 갈라져 나간 민주혁신당(MDP)은 기권했고, 민주당의 연정 파트너인 중도우파 성향의 정당 대중대안(AP)은 반대표를 행사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는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의원들의 재직 기간에 따라 연금을 폐지하거나 대폭 삭감하는 이 법안이 상원 문턱까지 넘을 경우 의원 연금으로 들어가는 예산이 연간 7천600만 유로(약 993억원)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이탈리아 언론은 추산했다.
에토레 로사토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는 "오늘 우리는 정치인들에게 절제를 요구하는 국민 요구에 부합하는 중요한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이 법안의 상원 통과를 위해서도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베페 그릴로 오성운동 대표는 '비탈리치' 법안의 하원 통과를 "역사적인 승리"라고 부르며 환영했다.
한편, 민주당과 오성운동은 국민적 지지가 높은 이 법안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표결 전 신경전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원내 부대표는 "기성 정치권의 '카스트'적인 특권에 맞서 싸운 오성운동의 노력이 없었다면 '비탈리치' 법안이 여기까지 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자당의 역할을 강조했다.
하지만 법안 발의자인 리케티 의원은 이에 대해 "오성운동이 찬성표를 던지는 것은 환영하지만,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싸움은 민주당이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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