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전임감독의 태극전사를 향한 간곡한 당부 "자부심·희생·책임감"
"김응용 회장님과는 해태, 삼성 시절이어서 참 각별한 인연"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선동열(54) 야구대표팀 전임감독이 2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자주 강조한 말은 '자부심', '책임감', '희생정신'이었다.
선 감독은 1982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의 태극마크를 달았다.
고려대 2학년으로 여드름 자국이 생생하던 까까머리 청년은 당시 고(故) 최동원, 김시진 등 대선배들을 제치고 당시 대표팀의 에이스로 맹활약, 홀로 3승을 올리며 한국의 우승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이후 35년 만인 올해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앉았다.
강산이 세 번 넘게 변하는 사이 선 감독 앞에 붙은 애칭도 '국보급 투수'·'무등산 폭격기'에서 '나고야의 태양'으로 또 '지키는 야구의 명수'로 약 10년 간격으로 바뀌었다.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대표팀을 이끌며 이젠 '국보급 명장'에 도전하는 선 감독은 과거를 떠올리며 현재 대표 선수들이 태극마크의 소중함을 알아주기를 간곡히 희망했다.
선 감독은 "시대가 바뀌고 생각하는 자체도 달라졌다"면서 "그때 태극마크는 진짜 자부심이 어마어마했다"며 처음으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내가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이해창, 김재박, 최동원, 김시진, 임호균 등 우상처럼 여기던 대선배들과 같이 유니폼을 입고 뛴다는 자체가 영광스러웠다"면서 "첫 대표팀 훈련에서 동원이 형, 시진이 형의 불펜 피칭을 보면서 저러니 우리나라 최고의 투수구나, 나도 저렇게 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대선배들과 한 팀에서 뛸 수 있다는 국가대표의 자부심이 오늘의 선동열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선 감독은 "지금 대표팀을 보면 그런 면에서 과거와 다른 점을 느낀다"면서 "태극마크를 단 자부심, 희생정신, 헝그리 정신, 그리고 한·일전하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정신력 등이 지금 대표 선수들에게 결여되지 않았나라고 생각해 본다"고 했다.
선 감독은 "시대가 변했는데 그런 걸 또 강조할 수 있는 건 아니고…"라면서도 "우리가 일본보다 실력에서 약간 부족한 건 사실이나 실제 경기에서 이길 수 있던 건 그런 정신력 덕분"이었다며 태극마크를 다는 선수는 달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또 류현진(30·로스앤젤레스 다저스), 김광현(29·SK 와이번스) 이후 정상급 투수의 맥이 끊긴 것을 야구인들이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에서 투수코치를 맡아 신묘한 계투책으로 한국이 좋은 성적을 올리는 데 힘을 보탠 선 감독은 "한 경기를 책임질 투수가 없어 한 경기에 7∼8명의 투수를 소모하면 다음 경기를 풀어가기가 정말 어렵다"면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유소년 야구 선수들의 투구 수를 제한한 것은 상당히 좋은 정책"이라고 평했다.
1977년 니카라과 슈퍼컵에서 한국을 국제대회 첫 우승으로 이끈 국가대표 사령탑 출신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은 선 감독에게 "책임이 무거울 것"이라면서 "마음대로 잘 풀리지 않아 힘들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선 감독은 "김 회장님은 야구 대선배이자 해태 타이거즈 시절 내 스승이고, 삼성 라이온즈 감독 시절엔 사장님으로 모시기도 했다"면서 "또 지금은 아마추어야구협회장과 대표팀 감독으로 이어져 참 각별한 인연"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님이 재직하시는 동안 나도 좋은 성적을 내 계속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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