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인니 여성 "죽이려던 것 아니었다"…법정서 오열(종합2보)

입력 2017-07-28 17:37  

'김정남 암살' 인니 여성 "죽이려던 것 아니었다"…법정서 오열(종합2보)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한 혐의로 기소된 동남아 출신 여성들에 대한 재판이 28일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열렸다.

김정남 암살 피고인인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5·여)와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29·여)은 이날 오전 방탄복을 걸친 채 삼엄한 호위를 받으며 법정에 들어섰다.

이날 재판부는 김정남이 살해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 TV 영상 등 경찰이 제출한 증거 자료를 심리하고, 오는 10월 2일 첫 공판을 열기로 했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아즈미 아리핀 판사는 두 피고인의 사건을 병합해 재판하겠다면서 피고측 변론 역시 첫 공판에서 듣겠다고 말했다.

수갑을 찬 채 법정에 선 시티 아이샤는 심리적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날 재판부가 심리를 마치고 자리를 뜨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변호인측은 "재판이 본격화하면서 불안감이 커진 탓"이라면서 "시티 아이샤는 범행의사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사건에 휘말렸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함께 법정에 출석한 도안 티 흐엉은 시종 미소 띤 얼굴을 유지했다.

이날 재판은 지난 5월 30일 지방법원(Magistrates' Court)인 세팡 법원이 두 여성 피고인의 사건을 병합해 이첩한 뒤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이날 샤알람 고등법원 안팎에 무장경찰 등 경력 256명을 배치했다.

시티 아이샤와 도안 티 흐엉은 올해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두 피고인이 살해 의도를 갖고 범행했다면서 지난 3월 1일 살인 혐의로 기소했지만, 이들은 TV쇼 촬영을 위한 몰래카메라라는 북한인 용의자들의 말에 속았을 뿐이라고 주장해 왔다.

말레이시아 형법 302조는 의도를 가지고 살인을 저지른 자를 반드시 사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기에, 유죄가 입증될 경우 시티 아이샤와 도안 티 흐엉에게는 사형이 선고될 수 있다.







반면, 두 사람에게 VX 신경작용제를 주고 범행을 지시한 오종길, 리지현, 리재남, 홍송학 등 북한 국적자 4명은 범행 당일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다.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에 숨어 있던 나머지 북한인 용의자들도 3월 말 전원 출국이 허용됐다.

이중에는 시티 아이샤를 포섭한 인물로 알려진 북한 국적자 리지우(일명 제임스·30)도 포함됐다.

시티 아이샤와 도안 티 흐엉의 변호인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인 용의자들의 출국을 허용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입을 모았다.

시티 아이샤의 변호인인 구이 순 셍은 "우리는 국외로 도주한 북한인 4명이 주범이라고 믿는다. 그들이 잡힌다면 (이번 재판은)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분석 보고서는 여성 피고인들의 옷에서 VX 신경작용제의 원료물질이 발견됐다고 돼 있지만 (분석의) 정확성이 의심된다. 이를 증명할 책임은 검찰 측에 있다"면서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소속 전문가로부터 이와 관련한 조언을 얻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검찰은 관련 전문가 10명과 외국인 수 명 등 약 40명의 증인을 세워 피고인들의 혐의를 입증한다는 방침이다.

도안 티 흐엉은 김정남이 살해된 지 이틀 만인 2월 15일 범행 장소인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베트남행 비행기를 타려다 붙잡혔다.

시티 아이샤는 같은달 16일 쿠알라룸푸르 외곽의 한 호텔에서 체포됐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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