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 수제맥주로 '호프미팅' 이어 두시간 넘도록 경제현안 토론
文대통령, 기업인 따라 '맞춤형' 질문도…비정규직 놓고도 의견교환
기업인들 '민원성' 발언 쏟아내…文대통령 '경청'하며 공감 표시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이상헌 김승욱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저녁 청와대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손경식 CJ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기업인 8명과 회동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57분 청와대 상춘재 앞뜰에서 이들 기업인과 만나 26분간에 걸쳐 맥주잔을 기울이는 '호프미팅'을 갖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눴다.
회동에는 소상공 수제맥주 업체인 '세븐브로이'의 맥주가 제공됐고, '방랑식객'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임지호 셰프가 채소·소고기·치즈류를 안주로 내놨다.
문 대통령은 스탠딩 미팅 형식의 이 회동에서 초청된 기업인마다 '맞춤형' 질문을 던지며 각 기업과 경제계 동향에 각별한 관심을 표시했다.
특히 자동차나 야구, 신재생에너지, 피자, 철강 등 해당 기업이나 기업 대표에게 어울리는 대화의 소재를 꺼내며 대화를 주도했다. 15대 기업에는 들지 못했지만 특별 초청된 오뚜기 함영준 회장에게 비정규직이 거의 없는 고용과 정직한 상속, 사회적 공헌 등을 거론하며 추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호프미팅이 끝난 뒤 상춘재 안으로 자리를 옮겨 2시간13분간 다양한 경제 현안을 놓고 본격적인 간담회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기업인들과 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을 공유하고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공정경제 등을 설명하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일자리 창출과 서비스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골목상권과 상생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은 물론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경식 CJ 회장도 일자리 창출과 서비스산업의 중요성을 말하며 "정부가 서비스산업을 육성해달라"고 제안했다.
구본준 LG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에서 조성한 1천억원의 상생펀드 중 50%를 2·3차 협력업체에 직접 지원할 예정"이라며 "1차 협력업체와 계약할 때 2·3차 협력업체와의 공정거래를 담보하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중국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영향으로 매출이 줄면서 협력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협력업체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박정원 두산 회장이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가 중단될 경우 두산중공업의 타격을 우려하면서도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금춘수 한화 부회장은 "태양광 사업과 진천·음성 클러스터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상시업무종사자 8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즉석에서 밝혔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소재 에너지 분야를 토대로 융합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으며, 2차전지 음극재 등 사업을 통해 신규일자리 창출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중소기업과의 협력관계를 30년 이상 유지하면서 서로 성장해 왔다"며 "앞으로도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계속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별도의 발표 순서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격식 없이 진행되면서 당초 예정된 50분을 훌쩍 넘겼다.
정부에서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참석했다.
이틀에 나눠 열리는 기업인과의 간담회 중 첫째 날인 이날에 이어 28일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GS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황창규 KT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초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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