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고위층 中방문속 히말라야 산지서 군사대치 장기화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과 인도가 히말라야 국경지대에서 42일째 무장병력 대치를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티베트와 대만을 지운 중국 지도가 인도에서 등장하며 양측의 감정 싸움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인도의 영문 주간지 '인디아 투데이'는 최신호 커버스토리에 '중국의 새로운 병아리'(China's New Chick)라는 제목으로 티베트와 대만이 없는 닭모양의 중국 지도 이미지를 실었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환구망은 28일 '인도 주류매체가 시짱(西藏)과 대만을 중국 지도에서 지웠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인도에 대해 격렬한 반감을 드러냈다.
환구망은 "이 잡지의 글 내용은 케케묵은 주장으로 중국이 파키스탄을 이용해 어떻게 인도를 견제하고, 파키스탄과 군사협력으로 어떻게 인도를 위협하고 있는지를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의로 중국 지도에서 시짱과 대만을 지운 이 잡지는 대체 뭘 말하고 싶은 것이냐"고 했다. 중국 네티즌들도 들끓고 있다.
이에 대해 인디아 투데이측은 "최신호 표지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미국 출판설계사협회(SPD)의 주목을 받아 '오늘의 가장 아름다운 커버'로 선정됐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인디아 투데이는 1975년 창간된 인도 최대의 영문 시사주간지로 5가지 언어 판본으로 매주 110만부를 발행하며 독자수도 1천500만명에 이른다.
인도에서는 최근 중국산 제품 불매를 주장하며 반중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인도 집권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의 힌두민족주의 단체 민족봉사단(RSS)은 내달 1일부터 전국적으로 '중국산 제품 불매'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현재 인도 국가안보보좌관 아지트 도발이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포럼 참석차 중국을 방문, 양국군 대치 문제를 협의 중이지만 양국 국민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분쟁 해결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16일 중국 티베트-인도 시킴-부탄 3개국 국경선이 만나는 도카라(중국명 둥랑<洞朗>·부탄명 도클람) 지역에서 추진되는 중국군의 도로 건설에 인도와 부탄이 항의하면서 시작했다.
인도는 해당 지역이 부탄 영토라며 인도-부탄 상호방위조약을 근거로 들어 이 지역에 군대를 파견했고, 지금까지 중국과 인도의 무장병력 수천 명이 지근거리에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도 인도를 향해 1962년 국경분쟁에서 인도가 패전한 사실까지 거론하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곧 인도군을 상대로 실력행사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이 대치 정세를 무력으로 해결하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찮다.
홍콩 매체 자오쉰(超訊)은 그 이유로 먼저 전반적인 군사력은 열세지만 인도군이 국지적으로는 강한 전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지금처럼 대치 지역이 고원산지인 곳에서 인도의 최강 제33군단 소속의 3개 산지사단의 작전능력은 정평이 나 있다.
인도에 비해 방어거점이 지나치게 넓고 군사력이 연해지역을 중심으로 발전돼온 중국은 고산 접경지대에서는 전투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게 자오쉰의 분석이다.
아울러 중국은 장기 대치로 국제사회에 인도가 중국 영토를 침범한 것이라는 점을 입증시켜 국제사회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중국은 또 현재 남중국해, 동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북한 핵·미사일 문제 등으로 미국, 일본에 맞서 있는 상황을 선결한 다음에야 인도군과의 국경대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중국은 전술적으로 인도와 개전시 자국군에 유리한 시기를 선점해야 하는 문제도 안고 있다. 1962년 중국이 인도와 무력충돌할 당시 1년여의 사전 준비를 갖추고 미국과 소련간 쿠바 위기가 터지자 인도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던 적이 있다.
기후적 요인도 있다. 9월말께 양국군이 대치중인 도카라 지역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인도가 군부대를 계속 주둔시키지 못할 것으로 중국은 내다보고 있다. 겨울철 이 지역은 무인지대가 된다.
이에 따라 이때까지도 양국군간 대치 국면이 풀리지 않으면 양측은 부대를 동시 철수시키고 이듬해 날이 따뜻해진 다음 협의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자오쉰은 전했다.
joo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