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에 주민 빠진 '가락1동' 899명으로 '꼴찌'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서울 시내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동(洞)은 어디일까.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밤마다 사람이 사라지는 중구 소공동일까, 아니면 상인들이 훌쩍 빠져나가는 중구 을지로동일까.
31일 서울시와 중구 등에 따르면 정답은 의외로 송파구 가락1동이었다.
주민등록 기준으로 한때 2만명 가까운 인구를 자랑하던 이곳은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으로 이주가 시작되면서 주민 수가 가파르게 감소했다.
가락1동은 2014년 8월 서울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동이 되더니, 지난달에는 인구수가 899명으로, 세 자릿수로 쪼그라들었다.
송파구 관계자는 "가락시영아파트 재입주는 일러도 내년 말은 돼야 한다"며 "현재 남은 인구는 재건축 단지 인근의 다른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이라고 말했다.
철거 때문에 인구가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재건축'이라는 변수를 제외하면, 전통적인 '인구 꼴찌'는 역시 도심에 있다. 바로 소공동과 을지로동이다.
2005년 이래 '서울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행정동'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던 소공동은 2014년 8월 가락1동을 넘어선 뒤, 작년 10월부터는 인구수가 1천800명을 넘어서면서 1천600명대에 그친 을지로동도 뛰어넘었다.
지난달 기준 인구수는 소공동 1천979명·을지로동 1천688명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
'행정동'으로서 소공동은 '법정동'인 북창동·소공동·태평로2가·정동·의주로1가·충정로1가·서소문동 전 지역과 남대문로 2∼4가·순화동·봉래동1가 일부의 행정을 맡고 있다. 총면적은 0.95㎢다.
법정동은 법률로 정해진 대한민국의 동 단위 행정구역이고 행정동은 인구증가와 교통발전 등에 따른 행정편의를 위해 자치단체가 주민센터(동사무소)를 중심으로 주요 도로 또는 하천을 경계로 설정한 구역이다.
소공동 하면 으레 국내 굴지의 대형 백화점 본점과 같은 계열 호텔만 떠올리게 되지만, 생각보다 유서가 깊은 동네다.
이곳에 조선 3대 왕 태종 이방원의 둘째 딸 '경정공주'의 궁이 있어 '소공주동'이라고 하던 것을 사람들은 줄여서 '소공동'이라고 불렀다.
1970년대 강남 개발이 이뤄지기 전만 하더라도 소공동은 한국 사회 정치·경제·사회의 중심지로 6천여 명의 인구를 자랑했다.
하지만 강남이 개발되고, 1989년 서울고법·지법과 고검·지검을 시작으로 1995년 대법원과 대검찰청까지 이전하면서 인구가 크게 줄었다는 게 구의 설명이다.
중구 관계자는 "도심 공동화가 진행되면서 2000년대 들어 소공동 인구는 한때 1천명 아래까지 내려갔다"며 "소공동에 사는 인구는 주로 순화동이나 정동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런데도 소공동 인구가 반등한 데는 작년 여름 준공된 아파트 단지 덕이 컸다. 서소문로 9길 28에 자리한 이 단지는 아파트 2개 동과 오피스텔 1개 동 등 총 3개 건물로, 지난달 말 기준 372가구 713명이 살고 있다.
소공동 인구는 이 덕에 올 4월 1천990명, 5월 1천974명, 지난달 1천979명까지 늘어나 2천 명 '고지'를 앞두고 있다.
소공동이 동네 몸집은 작았을망정, 그간 시민에게 베푼 행정 서비스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탓에 동 주민센터로 유동 인구가 밀려들면서 직원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는 것이다.
소공동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한 공무원은 "2000년대 들어 전국 모든 동 주민센터에서 기본적인 민원을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소공동 주민센터를 찾는 시민이 부쩍 늘어났다"며 "바쁜 날에는 직원이 화장실 갈 시간도 없었다"고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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