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언론 "美환경청 적발 2년 전에 사내 전문가들이 강력 경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폴크스바겐(VW)과 자회사 아우디가 배출가스 조작장치의 문제점과 위험성에 대한 자사 실무진의 강력한 경고를 무시하다 결국 2년 뒤 미국 환경청에 적발돼 재앙을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27일(현지시간) 독일 언론이 보도했다.
공영 NDR, WDR 방송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SZ) 공동 탐사보도팀은 독일과 미국 당국의 아직 공개되지 않은 조사 내용 등을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이 보도에 따르면, 미국 환경청이 적발하기 2년 전인 2013년 10월에 아우디의 엔진개발 분야 전문가들은 배출가스 조작 소프트웨어가 적발될 위험이 크며 그 경우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는 등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험 평가'라는 제목의 아우디 내부문서엔 당시 V6 TDI 모델 6만2천 대에 장착할 이 조작 소프트웨어의 작동방식과 효과 등에 대한 사내 엔진 전문가들의 자세한 설명이 적혀 있다.
이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 당국에 의해 적발될 가능성이 '핵심 위험'이라면서 그 경우 과징금이 차량 1대당 3만7천500 달러, 총액 23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나아가 아우디의 명성이 크게 훼손되고 최악의 경우엔 허가가 취소될 수도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당국 조사에 따르면 당시 이러한 경고 내용은 아우디의 모그룹 VW에도 분명히 전달됐다. 그러나 조작을 계속 강행하다 결국 적발돼 미국에서만 수백억 달러를 물게 됐으며 만약 실무진 경고가 무시되지 않았다면 손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SZ 등은 지적했다.
SZ 등의 보도에 의하면 '위험 평가' 문서의 내용은 아주 분명했으며 이와 관련한 사항은 당시 정보를 보고받았던 관리자들의 내부 메일과 보고 등에도 잘 드러나 있다.
당시 아우디의 디젤 엔진 개발부의 '중요 직원'이었으나 입사한 지 얼마 안돼 과거 결정된 조작 소프트웨어 설치에 대해 몰랐던 한 기술자는 당황한 듯 "왜 우리가 그런 해결방식을 허용했는가?"라고 메일로 질문하기도 했다.
그는 질소산화물을 줄이려면 이를 물과 질소로 바꾸는 애드블루(AdBlue) 장치의 요소수 탱크를 크게 만들어야 했는데 "왜 경영진에게 더 큰 용량의 애드블루를 채택하라고 촉구하지 않았느냐"고 물어 자신의 입사 전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VW 그룹 본사도 이 같은 내용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당시 VW의 한 직원은 조작 소프트웨어 문제가 폭발성이 매우 강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자사 종합기술개발부문장에게 이를 알렸으며, 부문장은 다시 아우디 측 동료들과 통화한 것으로 미 수사당국은 파악했다.
이 '위험 평가' 문서 내용이 더 윗선에까지 보고됐는지, 아우디나 VW 최고위급 경영진 중에 누군가 보고받았는지는 아직은 불분명하고 증거가 없는 상태다.
문제는 VW 그룹 경영감독위원회가 당시 경영진의 잘못이 없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배출가스 조작 문제로 비판받아온 루퍼트 슈타들러 최고경영자(CEO)의 임기가 얼마 전 5년 연장된 것이라고 공영 ARD방송은 지적했다.
choib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