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육성진흥회와 마찰 일자 문화재단 세워 별도 연극제 개최
부정경쟁 법정 다툼 벌이기도…양측 "하나로 통합" 논의는 계속
(거창=연합뉴스) 지성호 기자 = 28일 경남 거창군 위천면에서 비슷한 취지의 두 연극제가 논란 끝에 동시에 막을 올렸다.
거창군 산하 거창문화재단의 '2017 거창한 여름연극제'와 사단법인 거창국제연극제육성진흥회의 '제29회 거창국제연극제'다.
군과 거창문화재단은 28일 위천면 수승대 축제극장에서 '2017 거창한 여름연극제' 막을 올리고 17일간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개막식에 이어 거창군 청사 유리 벽에서 창작중심 '단디'가 '꽃과 여인'을 주제로 공중 버티컬 퍼포먼스를 펼쳤고 지역 음악 단체 공연이 이어졌다.
이번 연극제는 '거창한 연극 세상 별이 부르는 유혹 아름다운 선물'을 주제로 내달 13일까지 수승대 관광지와 거창읍 일원에서 열린다.
미국과 일본, 러시아 등 7개국 10개 연극단체가 국내외 공식 초청작, 경연 참가작 등을 선보인다.
거창국제연극제육성진흥회도 이날 위천면 거창연극학교에서 '제29회 거창국제연극제'를 개막했다.
'자연 인간 연극'이란 주제의 연극제에는 독일과 한국 등 4개국 19개 연극단체가 참여한다.
내달 6일까지 거창연극학교, 토성극장, 장미극장 등지에서 공연한다.
예년의 경우 세계 10여 개국 30개 이상 연극단체가 참여하고 보름가량 열렸지만 올해는 기간과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진흥회는 같은 기간 '제12회 거창전국대학연극제'를 함께 연다.
11개 우수한 전국 대학 연극인들이 일반 기성극 못지않게 한여름 밤의 별과 꿈과 함께 관객의 가슴을 뜨겁게 달군다.
이처럼 두 연극제가 동시에 열린 것은 진흥회 운영을 놓고 구성원간 내홍을 겪자 2015년 거창군의회가 국제연극제를 군에서 운영한다는 조건을 붙여 연극제 예산을 승인한 게 단초가 됐다.
이에 따라 거창군은 거창국제연극제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연극제를 직접 운영하겠다며 진흥회에 협조를 구했다.
당시 거창군수 재선거에서 당선된 양동인 군수가 진흥회와 운영위 관계자를 만나 운영위에 진흥회 인사를 포함, 관련 단체를 단일화하고 연극제를 치르자며 중재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거창군은 양측의 이견이 조율되지 않자 진흥회에 8억2천만원의 예산 지원 중단이란 극약 처방을 내렸다.
이로 인해 지난해 '제28회 거창국제연극제'는 진흥회에서 기금 등을 모아 치렀다.
운영위가 유명무실한 기구로 변하자 군은 지난 2월 지역 문화와 예술 발전에 구심점 역할을 할 '거창문화재단'을 출범했다.
재단은 '거창국제연극제'와 '거창 한마당축제' 개최를 주요 사업으로 선정하고 연극제를 준비해 왔다.
지난 28년간 거창국제연극제를 열며 상표권까지 소유한 진흥회는 만약 군이 별도의 연극제를 열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진흥회는 지난 4월 거창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창군이 예산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거창문화재단'을 세워 국제연극제를 강탈했다"고 공박했다.
진흥회는 "거창군은 올해 '제29회 국제연극제'를 주최하는 육성진흥회가 국비 예산의 성격을 띤 기금 1억5천만원을 받지 못하도록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공문을 보내고 문화체육관광부에 연락하는 등 횡포를 저질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진흥회 관계자들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거창군이 관권과 금권을 동원해 민간인이 만들고 29년의 역사를 가진 거창국제연극제를 강탈하려 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피켓 시위도 벌였다.
이러한 가운데 군과 재단이 '2017 거창한 거창국제연극제'란 명칭으로 올해 행사를 추진하자 진흥회는 거창군을 상대로 부정경쟁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일부 승소했다.
법원 판결에도 군과 재단은 '2017 거창한 거창국제연극제'람 명칭을 사용하기로 하고 이의신청과 가처분 효력집행 정지신청을 했다.
그러나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군과 재단은 '2017 거창한 여름연극제'로 명칭을 바꿨다.
두 연극제가 동시에 열리며 혼란이 가중되자 지역과 연극계에선 다시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재단은 설립 이후 연극제를 추진하며 예산 처리는 공무원이 모두 도맡아 처리하고 연극제 추진을 진흥회에서 맡아달라는 조건을 진흥회측에 제시했다.
하지만 3개월간 시기를 한정했고 진흥회는 이를 거부했다.
현재 양측 모두 '연극제를 함께 치루자'며 협의를 하고 있지만 이러한 조건 탓에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거창문화재단 관계자는 "연극제를 하나로 통합하자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지만,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라며 "올해 행사는 치르고 내년 행사를 준비하며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누겠다"라고 말했다.
육성진흥회 관계자는 "재단에서 거창국제연극제육성진흥회라는 재단 명칭도 빼고 이종일 위원장 혼자 3개월간 운영에 참가하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말했다.
연극계는 두 연극제가 동시에 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군민과 관객의 박수를 받는 하나의 축제가 될 수 있도록 군·재단 그리고 진흥회가 끝까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창국제연극제는 1989년을 시작으로 매년 열려 올해 스물아홉 번째를 맞았다.
해마다 한국, 체코, 스페인 등 세계 11개국에서 30개 이상 극단이 참가해 200여 회 공연을 선보였다.
수승대 국민관광지 계곡에서 피서를 즐기며 연극도 관람할 수 있어 매년 20여만 명의 피서·관람객이 찾는 등 지역 공연단체 기획 행사 가운데 성공한 야외공연예술축제로 평가받았다.
shch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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