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획한 유해 야생동물 개울가 도축 등 비위생적 처리로 2차 피해 우려
멧돼지 쓸개 30만∼80만원 불법 유통…"야생동물 사체 처리 방법 규정해야"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멧돼지와 고라니 등 유해 야생동물이 전국에서 매년 수만 마리 잡히고 있으나 도축 등 사후 처리에 대한 관리 규정이 비현실적이어서 대부분 불법 처리되고 있다.
엽사가 포획한 멧돼지는 대부분 개울이나 민가에서 도축되고, 고라니는 식용을 꺼리면서 야산 등지에 마구잡이로 매몰돼 전염병과 수질·토양오염 등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수확철 농작물에 큰 피해를 주는 멧돼지와 고라니는 유해동물로 분류되면서 전국 시도가 엽사들로 구성된 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을 운영해 포획하고 있다.
강원도와 경북 등 일부 시도는 농민 피해가 커지자 개체 수 관리를 위해 해마다 순환 수렵장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잡는 멧돼지와 고라니는 강원도에서는 한 해 2만 마리, 경북에서는 1만 마리로 추산된다.
산업도시인 울산에서도 한 해 1천 마리 이상 잡힌다.
전국적으로 연간 포획되는 멧돼지와 고라니는 수만 마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포획량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많이 잡히는 멧돼지와 고라니의 사체 처리가 부적정하다는 데 있다.
환경부가 지난해 6월 개정한 유해야생동물 포획업무 행정 처리지침에는 '포획한 동물은 수렵인이 자가 소비하거나 피해 농민에게 무상으로 제공' 하도록 했다.
또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소각·매립 등의 방법으로 처리하고, 상업적으로 거래·유통되지 않도록 시군구, 피해 농민, 포획 대행자 등이 협의해 자체적으로 처리한다'고 규정했다.
대부분 도축돼 고기를 식용으로 먹는 멧돼지에 대한 처리 방법 자체가 없는 것이다.
고라니는 노린내가 나고, 먹으면 재수가 없다는 민간 속설 때문에 식용을 꺼려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시도의 승인을 받거나 신고된 폐기물 시설에서 매립 또는 소각해야 하지만 비용을 들여 이렇게 처리하는 엽사나 농민은 없다.
이 때문에 멧돼지는 엽사들이 직접 개울가나 민가 등지에서 도축해 나눠 먹고, 고라니는 포획한 장소 인근의 야산에 곧장 파묻고 있다.
야생 멧돼지의 쓸개는 웅담 같은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일부에서는 쓸개 한 개가 30만∼80만원에 불법 유통되기도 한다.
한 엽사는 "몸무게가 150㎏ 이상 나가는 어미 멧돼지는 고기가 질기고 50㎏ 이하의 새끼 멧돼지는 연하다"며 "쓸개 값만 받으면 멧돼지 고기는 한 마리 통째 덤으로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엽사는 "도축장이 없어 엽사들이 알아서 자체 도축하고 쓸개와 고기는 나눠 먹는다"며 "몸집은 큰데 말랐거나 도축했을 때 장기 등에서 냄새가 나는 고기는 안 먹지만, 질병이 있는지는 정확히 확인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울산시 관계자는 "멧돼지는 가축으로 분류돼 있지 않기 때문에 질병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생체검사를 하거나 살처분 방식으로 매몰 처리는 하지 않는다"며 "포획되는 멧돼지와 고라니가 점차 증가하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 야생동물의 사체 처리 방법을 규정화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lee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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