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아랍에미리트> AP=연합뉴스) 북한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압박을 받고 있으나,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걸프 지역 국가들에는 여전히 수천명의 북한 외화벌이 일꾼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관리, 전문가들이 증언했다.
북한 정권의 동태에 정통한 두 관리는 28일 AP통신 인터뷰에서 걸프 전역에 6천명 정도의 북한 노동자들이 있다고 밝혔다.
쿠웨이트에 2천500명 정도, 아랍에미리트(UAE)에 1천500명 정도, 2022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이 열리는 카타르의 건설 현장에 2천명 정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노동자들이 한 달을 꼬박 일하고 받는 돈은 200달러(약 22만원)라고 두 관리는 덧붙였다.
연간 1인당 소득이 1천700달러(약 190만원) 정도라는 점을 고려할 때 월 200달러 수입도 북한 노동자들에게는 크게 도움이 된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정치리스크 분석기관 '걸프스테이트 애널리티스'의 CEO인 조르죠 카피에로는 "상황을 간단히 말하자면 북한처럼 고립된 나라는 항상 현찰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카피에로는 "북한으로서는 걸프지역이 돈을 벌기에 아주 신뢰할 만한 곳"이라고 덧붙였다.
걸프 국가들도 북한 노동자들을 즐겨 찾는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일부 중동국가가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이유는 우선 이직률이 매우 낮다는 데 있다"며 "북한 노동자들은 달아나지 않고 최소 3년을 머문다"고 말했다. 인건비가 싸다는 점도 이유로 설명됐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 출범 후 두 차례 핵실험과 지난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심화시켰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에 직면한 상황에서 북한은 외화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해외 노동자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북한이 해마다 외화벌이 일꾼들로부터 얼마나 벌어들이는지 추산은 다양하다.
2015년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해외 노동자 5만명 이상이 북한 정권이 매년 12억∼23억 달러(약 1조3천400억∼2조5천700억원)에 달하는 외화를 벌어다 주고 있다.
북한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은 열악하다.
카피에로는 몇몇 북한 노동자들은 북한군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일하며 외부 세계와의 접촉, 특히 한국인들로부터 탈북 유혹을 받을 것으로 우려해 야간근무만 한다고 전했다.
국가가 운영하는 식당부터 건설 현장까지, 북한 노동자들은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UAE에서 강제노동에 가까운 근로조건에 노출돼 있다.
이들은 고정된 정보요원들의 감시를 받으며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한 채 육체적 학대에도 시달리고 있다고 당국자들은 말한다.
유엔은 북한 노동자들이 한 달에 하루나 이틀을 쉬면서 하루 20시간까지 일하며 혹사를 당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북한은 두바이에 두 곳, 아부다비에 세 곳 등 UAE에 식당 3개를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운영되는 북한 식당은 130곳으로 추정된다.
현재 이들 식당에는 파리가 날리고 있다. 한국인들이 주요 고객이었으나 2016년 1월 핵실험, 미사일 발사 이후 한국 정부가 자국민들의 북한 식당 이용을 자제하도록 했다.
두 관리는 북한 노동자 1천명 정도가 앞으로 몇 달에 걸쳐 UAE에 들어올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UAE의 알다프라 공군기지를 확장하는 최근 공사에도 북한 노동자들이 참여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지에는 미군 5천명이 주둔하고 있으며 IS 격퇴전을 위해 시리아, 이라크로 향하는 무인기(드론), 전투기가 여기서 가동되고 있다.
북한 노동자들의 급여는 북한 정권이 제재를 피해 미국과 아시아 동맹들을 위협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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