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붐업 위해 복귀…개그맨들 이렇게 뜨거웠던 적 없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봉숭아 학당'에서 선보인 '혼남' 캐릭터는 그냥 제 모습 그 자체예요. 5년 전에 같이 살던 (박)영진이와 권태기가 와서 이혼하고 분가한 후로 쭉 혼자 살고 있거든요. (웃음)"
1년 2개월 만에 KBS 2TV '개그콘서트'로 복귀한 개그맨 박성광(36)은 역시 '생활 밀착형' 개그에 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부대찌개 집에 가서 1인분은 안 된다는 말에 꾸역꾸역 2인분을 시켜 다 먹어치우는 소소한 소재를 그는 특유의 디테일한 표정으로 살려낸다.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박성광은 "선배 개그맨들이 이번에 대거 복귀했다"며 "다른 사람들은 '봉숭아 학당'만 준비해왔는데 전 '혼남' 캐릭터와 새 코너 '미래에서 온 남자'도 준비하느라 부담도 많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처럼 개그맨들이 '뜨거웠던' 적이 없다. 시청률에 이렇게 연연했던 적도 없는 것 같다"며 "다 같이 집중해서 하나가 되고, 상대방의 코너까지 더 재밌게 짤 수 있도록 나서서 돕는다"고 강조했다.
박성광은 그러면서도 "결국에는 후배들이 잘돼야 한다. 신인 스타가 많이 나와야 시청자들이 계속 챙겨보게 된다"며 "선배들의 역할은 다시 '붐업'을 시켜주는 데까지인 것 같다. 우리가 잘돼야 한다는 생각은 안 한다"고 말했다.
시청률은 아직 회복되지 못했지만 현장 분위기는 최고라고 박성광은 강조했다.
"(박)휘순 형은 거의 제작진이에요. 실시간 시청률을 단체 채팅방에 보고해요. '누가 나와서 지금 시청률이 올랐습니다', '네가 나와서 떨어졌어' 같은 얘기를 하면서 또 웃기죠. 저도 새로운 코너도 준비하고 있어요. 신인 개그우먼 중 한 명과 연인극도 고민하고 있고요, 또 하나는 조폭이 미수금을 받으러 갔다가 채무자가 파산할까 봐 오히려 도와주게 되는 스토리예요."
선배 개그맨들이 속속 복귀했지만, 박성광은 여전히 보고 싶은 동료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김)준호 형은 복귀설이 많은데 연습실에 와서 놀기만 하다 가서 의심스럽다"며 "(신)보라와 (박)지선이도 보고 싶다. 지선이는 '개콘'뿐만 아니라 관련 기사 모니터링도 엄청나게 열심히 해준다"고 말했다.
박성광은 특히 박지선과의 관계에 대해 "가장 호흡이 잘 맞는 파트너다. 잘 받아주고, 내조를 잘해준다. 아내 같다"면서도 "결혼을 하기 위한 감정을 갖기에는 서로 너무 늦었다"고 웃으며 설명했다.
박성광의 술 취한 연기, 억울한 연기는 단연 최고로 꼽힌다.
그는 자신만의 비법이 있느냐는 물음에 "눈이 피곤해 보이고 체구도 작으니 외모 면에서 그런 연기가 잘 맞다"며 "취객들을 보면서 표정 같은 부분을 연구도 많이 한다. 사실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유심히 관찰했다"고 답했다.
개그맨 박성광은 한없이 웃긴 사람이지만 코미디 무대 밖에서의 박성광은 진지한 얼굴도 자주 보여줬다. 특히 영화 연출을 하고 나서부터는 내면의 진지함을 많이 찾게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최근 제가 '슬프지 않아서 슬픈'이라는 영화를 연출했고, 시사회도 성공적으로 마쳤어요.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도 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대학에서 영화예술학을 전공해서인지 영화나 드라마 연출에 대한 욕심이 생겨요. 처음에는 '영화를 가볍게 보느냐'고 선입견을 품고 보는 분들도 있었는데, 제가 진지하게 계속 도전하는 것을 보고 응원해주세요. 특히 예능 PD 출신으로 드라마 연출도 하는 서수민 PD는 촬영장에 커피차도 보내주면서 '잘 되면 몬스터유니온으로 스카우트할게'라며 격려해줬어요."
그는 프로야구팀 기아 타이거즈의 골수팬으로도 알려졌는데, 그가 직관(직접 관람)하는 날이면 기아가 꼭 진다는 속설(?)이 있다.
박성광은 "요새 기아가 펄펄 날고 있어서 야구장에 못 가겠다. 내가 가면 질까 봐"라며 "하지만 가을 야구는 꼭 갈 거다.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모르니까"라며 웃었다.
그는 야구를 좋아하게 된 배경으로도 남다른 사연을 들려줬다.
"어머니가 해태 시절부터 골수팬이셨어요. 저를 임신하고도 아버지 몰래 야구장에 가셨다가 파울볼에 어깨를 맞고 혼쭐이 나셨죠. (웃음)"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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