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바이올리니스트 구금…콜롬비아, 베네수엘라인 체류 기한 연장
마두로 대통령 아들, 부인 등 제헌의회 출마…야권 인사는 없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베네수엘라 제헌의회 선거를 앞두고 정부의 반대 시위 금지 조치에 야권이 시위 강행으로 맞서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110명을 넘어선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28일(현지시간) 엘 나시오날 등 현지언론과 AP·APF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검찰은 지난 4월 이후 이어진 반정부 시위와 이에 따른 혼란 속에 최소 11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에는 전날 서부 메리다 주의 에히도 시에서 진행된 시위 진압에 투입됐다가 머리에 총격을 받고 숨진 경관이 포함됐다.
인권단체인 페날 포룸은 4개월 가까이 이어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과 조기 대선 등을 요구해온 반정부 시위로 4천500명이 체포됐고 수백 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야권이 정부의 시위 금지 조치에도 제헌의회 선거가 치러지는 30일까지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공언한 상태라 사상자는 물론 당국에 체포된 시위자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28일부터 5일간 제헌의회와 연관된 일체의 시위와 집회 등을 금지했다.
이런 가운데 반정부 시위 현장에서의 바이올린 연주로 명성을 얻은 우일리 아르테아가(23)가 당국에 체포돼 수도 카라카스 서부 지역에 있는 국가수비대 본부에 구금됐다고 페날 포룸이 전했다.
돌과 화염병이 날아다니고 최루탄 연기가 자욱한 시위현장에서 베네수엘라 전통음악인 '알마 야네라'와 국가를 연주해 입소문을 탄 아르테아가는 최근 시위현장서 왼쪽 얼굴을 다쳤지만 시위현장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제헌의회 선거를 앞두고 혼란이 고조되자 미국은 베네수엘라 고위 인사 13명을 대상으로 제재를 가하고, 베네수엘라 주재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극도의 혼란을 우려한 일부 베네수엘라인들이 국경이 접한 콜롬비아로 피신하는 행렬도 이어졌다. 콜롬비아는 자국에 머무는 15만 명의 베네수엘라인에 대해 비자 만기보다 3개월 더 체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545명으로 구성된 제헌의회 의원을 뽑는 선거는 30일 치러질 예정이다. 제헌의회는 1999년 제정된 헌법의 개정, 국가기관 해산 등 다른 헌법기관보다 우위의 권한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우파 야권은 제헌의회가 야권이 장악한 의회를 무력화하고 마두로 정권의 독재권력을 한층 강화하는 제도적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며 제헌의회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제헌의회 선거에는 6천120명이 출마했다. 출마자 중에는 마두로 대통령의 아들과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 사회주의 민병대 출신 인사 등이 포함됐지만 야권 인사는 없다.
또 집권여당인 사회주의당의 이인자인 디오스다도 카베요, 델시 로드리게스 전 외무부 장관, 석유노조 지도자인 윌스 랑헬 등이 출마한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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