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 비극·희극·멜로·코믹 다 담겨"

입력 2017-07-29 15:34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 비극·희극·멜로·코믹 다 담겨"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지휘하는 구가예프…'평창대관령음악제'서 韓초연




(평창=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아직도 이 오페라의 장르를 무엇으로 불러야 하는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극, 희극, 멜로, 코믹 등 한 가지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작품이죠."

29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에서 만난 러시아의 젊은 지휘자 조르벡 구가예프(31)는 이날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 한국 초연되는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에 대해 이처럼 설명했다.

카를로 고치의 동명의 동화를 토대로 러시아 대작곡가 프로코피예프(1891~1953)가 1919년 직접 대본과 음악을 쓴 오페라다.

마녀로부터 세 개의 오렌지를 사랑하도록 저주를 받은 왕자가 오렌지를 찾아 나선 여정 속에서 세 번째 오렌지에서 나온 니네타 공주와 사랑에 빠져 마침내 마녀의 저주를 물리치고 결혼에 성공한다는 줄거리다. 왕국을 둘러싼 여러 신하와 마법사, 악마, 광대가 등장하는 동화적 내용이지만, 그 안의 음악과 대사는 고차원적인 유머와 풍자를 담고 있다.

구가예프는 "서른도 채 되지 않은 작곡가가 썼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한 매력과 시대를 앞선 시각을 지닌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구가에브 역시 서른이 갓 넘은 지휘자로서 세계적 명성의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과 2년 넘게 작업해왔다.

한국 관객에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현지에서는 유럽 정통 레퍼토리부터 러시아 레퍼토리에 이르기까지 수준 높은 해석을 보여주며 명성을 쌓고 있는 젊은 지휘자다.

4세 때부터 피아노로 음악을 시작한 그는 16세 때 마린스키 극장 예술감독인 발레리 게르기예프에게 지휘를 배웠던 시기를 음악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꼽았다. 그는 지금까지도 게르기예프의 큰 신뢰 속에서 여러 무대에 오르고 있다.

"어린 시절 게르기예프의 딸과 피아노를 함께 배우던 친구였죠. 게르기예프가 건강이 안 좋고 나이도 많아 오래 레슨을 받을 순 없었지만, 그에게서 지휘를 배울 수 있었던 것이 제 인생의 매우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입니다."

게르기예프는 이번 한국 공연을 앞둔 그에게 "굿 럭(Good luck·행운을 빈다)"이라는 짧은 응원을 남겼다고 한다.

그는 이번 한국 무대에서도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오페라와 함께한다.

다만 이번 오페라가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낯선 작품인 데다가 특별한 연출 없이 무대에 오르는 형식(콘서트 버전)이다보니 관객들에게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구가예프는 "오페라의 대사나 드라마보다는 음악 자체에 중점을 둔 작품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어떤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지 음악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냥 즐기시면 된다"고 자신했다.

평창대관령음악제는 '러시아'를 주제로 8월 8일까지 이어진다.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 국내 초연 이외에도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성악가들이 러시아 오페라·민요 하이라이트를 선보이는 콘서트(7월 30일·뮤직텐트) 등이 열린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실내악단이 보로딘 현악사중주단이 음악제에 최초로 참여한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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