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각도로 발사 때 사거리 최소 1만400㎞ 추정"
"1차 ICBM급보다 진전, 미대륙 훨씬 위험"…탄두무게·재진입기술 등 관건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북한이 28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BCM)급 미사일과 관련, 미국 전문가들은 추정 사거리가 1만㎞가 넘으며 서부해안은 물론 뉴욕, 보스턴과 같은 동부 주요 도시도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이 미사일 최고고도가 약 3천700km, 비행거리는 1천여km라는 보도 내용을 근거로 이같이 추정했다.
미 비영리 과학자단체인 '참여과학자모임'(UCS)의 물리학자 데이비드 라이트 선임연구원은 이날 UCS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현재까지 나온 정보를 근거로 보자면, 북한의 미사일 시험이 미국의 서부해안과 몇몇 주요 도시들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라이트 연구원은 이 미사일이 정상각도로 날아간다면 지구 자전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사거리는 1만400㎞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지구 자전을 고려하면 서쪽에서 발사돼 동쪽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의 사거리는 더 늘어난다.
라이트 연구원은 이 경우 로스앤젤레스(LA), 덴버, 시카고는 북한 미사일 사정권에 들어간다고 봤다. 보스턴과 뉴욕은 사거리에 포함될 수도 있으며 워싱턴D.C는 사정권에서 살짝 벗어난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로서는 미사일 탄두의 무게를 모른다는 점을 단서로 달았다. 그는 "실제 탄두가 분석에 동원된 수치보다 무겁다면, 사거리는 더 분석치보다 더 짧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라이트 연구원은 이날 미 방송 CNBC와 인터뷰에서도 "북한 미사일 발사는 이전보다 상당히 더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며 "중요한 것은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갖고 있느냐 여부"라고 지적했다.
ICBM급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목표 지점에 정확하게 떨어지도록 하는 핵심 기술이다. 대기권 밖으로 나간 미사일이 대기권에 다시 들어갈 때 발생하는 엄청난 열과 압력으로부터 탄두를 보호하고 탄두부가 일정한 형태로 깎이도록 함으로써 예정 궤도를 오차 없이 비행하도록 한다.
라이트 연구원은 북한이 핵 장착 탄두를 어느 정도 뭉툭하게 만들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는 미사일이 재진입 국면에 들어갔을 때 속도를 줄여 열을 감소시키지만, 정확성을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한반도담당 선임연구원은 CNBC에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전제로 "지난 4일 발사 때보다 훨씬 더 높이, 길게 날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확실히 ICBM이 맞다. 미 대륙을 훨씬 더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달 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한 당국자 3명과 미국 전문가 등의 비공식 접촉에 참석했던 적 있다.
마이클 엘레먼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미사일 방어 분야 선임연구원은은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수평한 탄도로 날아간다면 사거리가 9천∼1만㎞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엘레먼 연구원은 "북한이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ICBM을 설립, 시험하는 기술을 배치하려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창이 "빠르게 닫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북한이 채 한 달도 안돼 두 번째 미사일 발사시험에 성공했다는 것"이라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그들은 연말이 되기 전에 믿을만한 ICBM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은 한국시간 28일 오후 11시 41분께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이에 대해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고도는 약 3천700km, 비행거리는 1천여km로, 사거리 기준시 지난번보다 진전된 ICBM급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미군 태평양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북한 미사일이 동해 상에 떨어지기 전 37분간 추적했다"면서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북한의 이번 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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