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여읜 슬픔 딛고 '파파 캔 유 히어 미'에 맞춰 무결점 연기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피겨 여자 싱글 간판 최다빈(17·수리고)은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선수로 유명하다.
언론 인터뷰는 물론, 긴장감이 극에 달하는 국제대회에서도 표정 변화를 느끼기 힘들다.
그는 세계 톱10의 성적을 거둔 세계피겨선수권대회와 한국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한 삿포로 아시안게임에서도 살짝 미소를 머금었을 뿐,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주변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29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 피겨스케이팅 코리아챌린지 대회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표선수 1차 선발전에서의 최다빈은 달랐다.
쇼트프로그램 연기 내내 평정심을 유지하던 최다빈은 경기가 끝난 뒤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돌렸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던 최다빈은 이은희 코치가 안아주자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주변을 숙연하게 했다.
그는 최근 만 17세 고교생이 감당하기엔 너무 벅찬 시련을 겪었다.
지난달 버팀목이었던 어머니가 암 투병을 하다 세상을 떠난 것. 최다빈은 한동안 훈련을 할 수 없었고, 평창동계올림픽 선발전 출전 포기를 고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다빈은 부족한 훈련, 심적인 고통 속에서도 꿋꿋하게 은반 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했다.
최다빈은 단 한 차례도 실수 없이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링크 장을 찾은 관중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찬 박수를 보냈다.
최다빈은 경기 후 "그동안 훈련을 많이 못 해 긴장을 많이 했다"며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많이 힘들었는데, 연기를 펼친 뒤 많은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한편 그의 쇼트프로그램 음악은 영화 옌틀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인 '파파 캔 유 히어 미'(Papa Can you Hear Me·아버지, 제 목소리가 들리시나요?)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니나 시몬이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만든 음악이다.
현재 최다빈의 상황과 맞물려 관중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 곡은 김연아가 처음으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 데뷔할 때 사용했던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최다빈은 "김연아 선배의 안무를 돌려보며 참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3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종합 우승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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