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성장군 출신 '무이념 목석'…전장서 아들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미국 백악관의 차기 비서실장으로 낙점된 존 켈리(67) 국토안보부 장관은 안보·이민 등의 이슈에서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강경파로 알려져 있다.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인 그는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냉정하지만 강직한 면모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결국 대통령의 최고위 참모인 비서실장 자리를 거머쥐었다.
2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950년생인 켈리는 21살의 나이에 해병대에 입대해 지난해 남부사령관을 끝으로 45년간의 군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해병대 1사단 소속으로 현지에서 준장으로 진급할 만큼 리더십과 능력을 발휘했다. 이후 해병대 사령관 보좌관, 제1 해병대 원정군 사령관, 남부사령관 등을 역임했다.
특히 켈리는 중남미 32개국을 담당하는 남부사령관을 지내며 미국-멕시코 국경지대를 철저하게 통제해 한다고 주장하는 등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안보정책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특히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들에 대학 학대 논란을 일으키는 이들을 "멍청하다"라고 비판했고,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려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는 정면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반면 켈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아들을 잃은 군 최고위 장성이기도 하다.
그의 아들인 로버트 켈리 중위는 29세였던 지난 2010년 아프간 남부 헬만드주에서 소대원들을 이끌고 순찰을 하던 중 폭탄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이런 개인적 아픔에도 그는 군에서 쌓은 신망과 오바마 전 대통령에 맞서 소신을 굽히지 않는 모습으로 트럼프의 눈에 띄었고, 결국 국토안전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그는 당시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와 같은 4성 장군 출신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내정자에 이어 군 출신으로는 세 번째로 트럼프 내각에 합류했다.
켈리는 트럼프의 행정부의 핵심 정책이었던 반(反)이민정책과 멕시코 장벽 건설을 주도하는 국토안전부 수장이 됐지만, 트럼프와도 다소 엇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 1월 장관 인준청문회에서 "국경 안보와 관련해 종교와 같은 단일한 요소에 집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해 트럼프 행정부의 무슬림 입국금지조치에 대한 반대를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말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는 임시 행정명령을 발동하자 영주권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면제조항을 만들어 맞서기도 했다.
하지만 켈리는 6개월간의 임기 동안 흔들리지 않은 채 트럼프 곁은 지키며 보좌했고, 트럼프로부터 높은 점수를 땄다.
그는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인수위 시절에 러시아와 비밀 대화채널 구축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폭스뉴스에 출연해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방식은 어떤 것이라도 좋다.
특히 그 사람들이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조직일 때는 더 그렇다"고 말하며 쿠슈너를 감싸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켈리의 비서실장 지명을 발표하며 "그는 위대한 미국인이자 지도자다…그는 나의 내각에서 진정한 스타였다"고 추켜세운 것도 이런 신뢰로부터 비롯됐다.
우여곡절 끝에 비서실장 자리에 올랐지만, 그에게는 험난한 앞길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트럼프를 최대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러시아 스캔들'이 점점 확산하는 상황에서 켈리는 제멋대로이고, 혼란스러운 백악관에 질서를 세우는 한편 어디로 튈지 모르는 대통령을 제어해야 하는 이중과제에 직면하게 됐다고 FT는 전했다.
하지만 군에서 신뢰를 받았던 켈리의 전력을 고려할 때 우려보다는 기대가 크다.
전 오바마 행정부 시절 켈리와 함께 일했던 국방부 고위관리 에벌린 파르카스는 FT에 "켈리는 아주 똑똑하고, 정직한 사람이다"라며 "그는 긍정적이고, 좋은 판단력을 갖췄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자신이 이념적인지 않다는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아마 그런 면을 내세워 트럼프에 접근했을 것이다"라며 "그는 흥분할 상황에서도 침착성을 잃지 않는데 이런 면이 트럼프에게 좋은 인상을 줬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비서실장이 백악관과 각 부처의 정책 조정 및 법안 성립을 위해 의회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해야 하는 만큼 그가 의회 경험이 없는 점은 단점으로 지목된다고 FT는 전했다.
viv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