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대회 6관왕…혼계영 400m서 펠프스 기록 7관왕 도전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카엘렙 드레셀(21·미국)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사상 처음으로 하루에 3개의 금메달을 수확하는 역영을 펼쳤다.
자유형과 접영 단거리가 주 종목인 드레셀은 30일 오전(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 아레나에서 열린 2017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3개를 쓸어담았다.
먼저 남자 자유형 50m 결승에서 21초15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레이스를 마친 그는 30여 분 뒤 출전한 접영 100m 결승에서는 49초86에 물살을 갈라 역시 1위에 올랐다. 최첨단의 전신 수영복 덕에 신기록이 쏟아졌던 2009년 이탈리아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가 작성한 세계기록(49초82)에는 불과 0.04초가 뒤졌다.
이어 드레셀은 혼성 계영 400m 결승에서 미국 대표팀의 첫 번째 영자로 나서 금메달을 합작했다.
혼성 계영 400m는 남녀 두 명씩의 선수로 한 팀을 꾸려 자유형으로 100m씩 나눠 헤엄쳐 순위를 가리는 종목으로 2015년 러시아 카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 치러졌다.
미국은 3분19초60으로 2년 전 카잔에서 역시 미국 대표팀이 세운 세계기록(3분23초05)을 무려 3초45나 줄였다.
이로써 드레셀은 세계선수권대회는 물론 올림픽을 포함해도 사상 처음 하루에 금메달을 세 개나 딴 수영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모든 게 두 시간도 채 안 되는 동안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루 세 개의 금메달은 역대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 최다관왕인 펠프스도 하지 못한 위업이다.
펠프스는 2007년 호주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7관왕에 올랐다. 2008년 중국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전무후무할 8관왕을 차지했다. 1972년 뮌헨 대회에서 금메달 7개를 딴 마크 스피츠의 단일 올림픽 최다 금메달 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하루에 금메달 세 개를 목에 건 적은 없다.
드레셀은 이번 대회 마지막 날인 30일 남자 혼계영 400m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면 펠프스와 함께 단일 세계선수권대회 최다관왕으로 어깨를 나란히 한다.
당장 그는 펠프스, 스피츠 등 세계수영계의 전설과 비교되며 조명을 한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드레셀은 '때가 이르다'며 손사래를 쳤다.
AFP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드레셀은 이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펠프스와 비교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 나는 그를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드레셀은 지난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펠프스와 함께 미국 대표팀의 일원으로 남자 계영 400m와 혼계영 400m 금메달을 일궜다.
드레셀은 펠프스가 '잘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전하면서 "나는 그를 죽을 때까지 좋아할 것이다. 그는 대단한 선수이자 리더다"라고 덧붙였다.
펠프스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 드레셀과 나란히 서서 환호하는 사진과 함께 "이 꼬마가 불이 붙었다. 이 친구를 보고 있으면 너무 재밌다"는 글을 올려 축하했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일을 해낸 드레셀은 "놀랄 만한 일이지만 혼성 계영 종목 덕을 봤다"면서 펠프스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몸을 낮췄다.
세계수영계를 평정한 드레셀은 남은 남자 혼계영 400m에 대한 부담은 없다고 했다.
미국 플로리다대학에 재학 중인 그의 더 큰 걱정은 이틀 뒤 치러야 할 수학 시험이다.
이번 대회 참가로 온라인으로 시험을 봐야 할 형편인 드레셀은 "수학은 잘 못 한다. 공부는 너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hosu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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