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스 개발 놓고 갈등…'밀월' 中·필리핀은 공동탐사 모색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사태가 중국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의 뜨거운 이슈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종전에는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조성과 군사기지화가 논란이 됐지만, 이번에는 남중국해 천연자원 개발을 둘러싼 갈등이다.
30일 베트남 정부에 따르면 레 티 투 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베트남의 남중국해 석유·가스 탐사 활동은 전적으로 주권 행위라고 강조했다.
항 대변인은 모든 관련국이 베트남의 권리와 합법적인 이익을 존중하고 남중국해 평화 유지와 협력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최근 중국이 반발한 베트남의 남중국해 자원탐사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앞서 베트남이 스페인 에너지기업에 남중국해 자원탐사를 허용했다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 베트남명 쯔엉사 군도)에 있는 베트남 군사기지를 공격하겠다는 중국의 위협을 받고 한 달여 만에 중단시켰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처럼 중국과 베트남이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중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 공동탐사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아세안 회원국 간 갈등도 예상된다.
베트남과 필리핀은 작년 상반기까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강화 행보에 공동으로 맞섰지만,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탈미 친중' 노선을 선언하면서 균열이 생겼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4일 중국과 합작 투자형태로 남중국해 석유 탐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다음 날 필리핀을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약 30년 전 중국의 최고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이 당시 코라손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에게 남중국해 공동개발을 제안한 것을 상기하며 두테르테 대통령의 구상을 환영했다.
다음 주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세아 외교장관 회의에서 남중국해 자원 개발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베트남과 필리핀의 입장이 엇갈려 합의점을 찾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베트남 외교부 산하 외교아카데미의 팜 하이 리엔 연구원은 공동 시추와 관련, 베트남 정부는 영유권 분쟁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이 반역으로 볼 수 있는 중국과의 어떤 협력 방안도 논의하지 않을 것 같다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말했다.
필리핀 또한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다.
작년 7월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국제상설중재판소(PCA)의 승소 판결을 받고도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에 판결 이행을 요구하지 않고 남중국해 자원 공유를 추진하는 것은 주권 포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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