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체제개편 이른 강군전략으로 해외서 군사움직임 본격화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군이 건군 90주년을 맞아 30일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하고 중국 군사굴기(굴<山+屈>起·우뚝 일어섬) 전략의 본격화를 선언했다.
이날 네이멍구(內蒙古) 주르허(朱日和) 합동전술훈련기지에서 치러진 열병식은 중국 내부 군 체제의 개편을 마무리하고 중국 주변과 해외 각지에서 군사대국으로서 움직임을 본격화하겠다는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열병식에서는 지난 4월 실전 배치되기 시작한 젠(殲)-20 스텔스 전투기가 모습을 드러냈고 적 항공모함 등 해상목표물 타격이 가능한 잉지(鷹擊)-83K 공대함 미사일이 처음으로 선을 보였다.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둥펑(東風·DF)-26, 대함 탄도미사일 둥펑-21,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열병식을 장식하기도 했다.
이번 열병식에 앞서 중국군은 최근들어 심상찮은 행보를 보여왔다.
중동과 아프리카를 잇는 전략적인 거점 지부티에 사상 첫 해외 중국 군사기지를 구축한 데 이어 무려 1만9천㎞를 항해한 인민해방군 해군의 최신예 함대가 러시아와 나토의 분쟁지역인 발트해에 진입했다.
또 서해상에서 중국 전투기들이 미 공군 정찰기에 '90m 초근접' 위협 비행을 하기도 했고 중국-인도간 히말라야 접경에선 전쟁까지 운운하며 초강수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슈퍼파워로서 지위가 흔들리는 사이에 중국은 정치·외교·경제 분야 이외에 군사분야에서도 급속하게 힘을 확장해가고 있다.
외교가에선 중국이 건군절 열병식이 대외적으로 강군 건설의 자신감과 의지를 표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올해 국방예산은 처음으로 1조위안선을 넘어선 1조444억 위안(175조원)으로 미국과의 군사비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는 중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대외전략이 덩샤오핑(鄧小平) 시대의 '도광양회'(韜光養晦·어둠 속에서 몰래 힘을 기른다), 후진타오(胡錦濤) 시대의 '화평굴기'(和平堀起·평화롭게 대국으로 일어선다)에서 무력을 중시하는 '군사굴기'로 선회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덩샤오핑이 도광양회와 함께 제시했던 절부당두(絶不當頭·절대 우두머리가 되선 안된다), 유소작위(有所作爲·필요할 때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방침도 최근 거침없고 과감한 중국군의 움직임에 유명무실화됐다.
이는 미국의 대중 봉쇄선이자 중국의 대미 방어선인 제1열도선을 잇따라 돌파하며 이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최근 중국의 폭격기와 구축함들은 상시적으로 미야코(宮古)해협을 넘어 서태평양 진출을 상시화하고 있다.
여기엔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의 배치와 남중국해 인공섬에 무기장비를 배치한 것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
남중국해를 중국의 내해로 만드는 것을 넘어 제1열도선의 무력화를 통해 미국이 장악하고 있는 태평양의 제해권에 도전하겠다는 의도로 국제사회의 우려를 사고 있는 대목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은 이 같은 군사굴기를 상호 뒷받침하는 경제전략이다.
이날 열병식에 전투복 차림으로 나선 시 주석은 "우리 군대는 모든 적을 이길 수 있고 국가 안보와 발전의 이익을 지킬 능력이 있다"며 "중국 특색의 강군의 길을 걸어나가자"고 말했다.
10월말로 예상된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대)를 앞두고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겸하고 있는 시 주석이 군 통수권자로서 위상을 강조 확인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열병식에는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 주석 등 국가 원로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아울러 이번 열병식은 시 주석이 내세운 강군전략에 따라 마무리단계에 들어간 군대개혁 과정에서 사기진작과 군부내 결속을 다지겠다는 의미도 있다.
이번 열병식은 1981년 화북(華北) 군사훈련 기간에 치렀던 열병식후 36년만에 톈안먼(天安門) 이외의 지역에서 치러졌다. 신중국 성립 이래 중국군이 처음으로 8·1 건군절에 치르는 열병식이기도 하다.
중국 내부에서도 관영매체와 관변학자들을 중심으로 건군 90주년을 맞아 외부 안보위협의 점증에 따라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군 개혁과 전투능력 개선을 서둘러야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의 군사전문가인 쑹중핑(宋忠平)은 한반도는 물론 남중국해, 동중국해, 티베트 남부 등에서 일부 국가들이 지속적으로 지역 안정을 악화시키고 중국의 주권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도발적 행위를 취하고 있다며 군사 충돌 위험이 평시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관영 환구시보도 최근 사평(社評)에서 "중국군이 앞으로 다른 국가를 방문하거나 장거리 작전을 수행하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며 "민감한 지역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학습이 필요하고, 수동적으로 집 안을 지키고 있을 것이 아니라 능동적인 자세로 미국과 동맹국들의 도발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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