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가헌서 한국여성연구소 기획전 1일 개막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안전모를 쓴 채 용접 도구와 마스크를 쥔 작업복 차림의 여성이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얼굴은 앳되지만, 꼭 다문 입술은 다부지다.
2011년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크레인 위에서 309일간 농성을 벌였던 김진숙(56)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31년 전 모습이다.
그는 당시 입사 6년 차 용접 노동자였다.
그 이듬해인 1987년 민주화 이후 30년간 많은 사람이 일터와 거리와 광장에서 성 평등과 여성해방을 위해 함께 싸워왔다.
여성운동 30년을 돌아보는 전시 '변한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여성운동 30장면'이 서울 종로구 청운동의 사진 전문 갤러리 류가헌에서 다음 달 1일부터 열린다.
사단법인 한국여성연구소가 마련한 이 기획전에는 1994년 여사원 용모 제한 채용 기업을 규탄하는 시위 현장이 있고 2003년 성매매방지법 제정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2008년 군대 내 스토킹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장과 2016년 낙태죄 폐지를 위한 시위행진의 현장도 담겼다.
1980년대, 1990년대는 여성운동을 기록한 텍스트와 이미지가 부족해 하나라도 더 발굴하는 일이 시급하다면, 스마트폰이 대중화한 2000년대 후반부터는 다양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분석하는 작업이 중요해졌다.
류가헌은 30일 "이번 기획전은 여성운동 기록을 위한 작은 첫걸음"이라면서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더 많은 기록이 세상으로 나오고 정리돼 공유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8월 4일에는 앞으로 여성운동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토론회 '광장의 여성들/여성들이 기억하는 광장(1987~2017)- 세대 간 대화'가 열린다.
전시는 13일까지. 문의 ☎02-720-2010.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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