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현·김서영, 영글어가는 메달의 꿈
출전 종목마다 최고령…'노메달'에도 빛난 박태환 투혼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10년째 한국 수영의 과제는 '박태환 이후'를 찾는 것이었다.
세계 수영의 '변방'이었던 한국은 박태환(28·인천시청)이 2007년 호주 멜버른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중심'으로 향하는 이정표를 안내받았다.
그러나 박태환을 제외하고는 올림픽과 세계수영선수권 등 메이저 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31일을 끝으로 막을 내린 2017 국제수영연맹(FINA)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제2의 박태환' 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무대였다.
6년 만에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박태환은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안세현(22·SK텔레콤)과 김서영(23·경북도청)은 나란히 한국 수영역사를 새로 쓰며 희망을 던져줬다.
◇ 안세현과 김서영, 한국 수영에 새 역사= 이번 대회에서 안세현과 김서영이 물살을 가르면 '새 역사'가 탄생했다.
종전 한국 여자수영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2005년 캐나다 몬트리올 대회 여자 배영 50m에서 이남은이 기록한 8위였다.
하지만 안세현은 이번 대회 접영 100m 결승에서 57초07의 기록으로 5위로 최고 순위 신기록을 세우더니, 접영 200m 결승에서는 2분06초67로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4위까지 차지했다.
3위 카틴카 호스주(헝가리·2분06초02)와는 불과 0.65초 차다. 한국 여자수영도 드디어 세계선수권 메달권까지 올라선 것이다.
안세현은 이번 대회에서 '기록 제조기' 명성을 이어갔다. 2011년 처음으로 접영 100m에서 한국 기록을 세웠던 안세현은 이번 대회에서만 3차례(접영 100m 2번, 200m 1번) 기록을 새로 썼다.
그간 한국 여자수영은 세계선수권대회 결승 진출이 현실적인 목표였다. 안세현은 한국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동일 대회에서 두 종목 결승에 진출한 데다가 메달 가능성까지 보여줬다.
김서영의 역영도 눈부셨다.
한국 개인혼영 간판 김서영은 여자 개인혼영 200m 결승에서 2분10초40에 레이스를 마쳐 8명 중 6위를 차지했다.
준결승에서 2분09초86의 한국신기록으로 남녀 통틀어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개인혼영 결승에 오른 김서영은 끝까지 페이스를 유지하고 경기를 마쳤다.
이로써 안세현과 김서영은 당장 1년 앞으로 다가온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한국 여자 경영 선수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건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5개)를 시작으로 조희연(1개), 정다래(1개)까지 세 명뿐이다.
여기에 '한국 남자 배영의 희망' 원영준(19·전남수영연맹)은 남자 배영 50m 준결승에서 25초02로 골인해 지난해 자신이 세운 한국 기록(25초07)을 0.05초 경신하며 '신기록 행진'에 힘을 보탰다.
◇ 박태환의 '서른 즈음에'…젊은 선수와 대결해 선전= 박태환에게 이번 대회는 많은 의미를 지닌다.
자유형 400m 결승 4위·200m 결승 8위·1,500m 예선 9위로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서른 살을 앞두고 6년 만에 출전한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베테랑의 향기'를 풍겼다.
이번 대회에서 박태환은 철저하게 '도전자'였다. 주 종목인 자유형 400m에서도 세계 수영계의 관심은 온통 쑨양(중국)과 맥 호튼(호주)의 '앙숙 재대결'에만 쏠렸다.
2007년 호주 멜버른 대회, 2011년 중국 상하이 대회 자유형 400m 우승자인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는 3분44초38로 4위를 기록했다.
쑨양(3분41초38)이 압도적인 기량으로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박태환과 2위 맥 호튼(3분43초85), 3위 가브리엘 데티(이탈리아·3분43초93)와의 격차는 크지 않았다.
박태환은 작년 10월 전국체전(3분43초68)만큼의 성적만 냈더라도 은메달은 목에 걸 수 있었다.
메달은 못 땄어도, 국제무대 메달 경쟁력은 여전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자유형 200m에서는 체력 배분 실패로 아쉬움을 남겼다. 준결승에서 이번 시즌 최고 성적인 1분46초28을 냈던 박태환은 결승에서 1분47초11에 그쳐 8명 중 가장 늦게 터치패드를 찍었다.
대신 박태환은 자유형 1,500m에서 새로운 희망을 보여줬다.
예선에서 14분59초44를 기록, 전성기 때보다 오히려 좋은 성적으로 골인했다. 8위 선수보다 0.12초 뒤져 결승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폭발적인 스피드보다 노련한 전략이 더 중요한 종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박태환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고도 할 수 있다.
◇ 다이빙도 희망 확인…역대 최고 성적은 아쉽게 무산= 한국 다이빙 사상 최고 성적은 2009년 이탈리아 로마 대회에서 권경민·조관훈이 남자 10m 싱크로나이즈드에서 달성한 6위다.
이번 대회 6명의 선수단을 파견한 다이빙 대표팀의 현실적인 목표는 8년 전 대회에서 거둔 6위 기록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특히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 다이빙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한 우하람(19·국민체육진흥공단)은 많은 기대를 모았다.
우하람과 김영남은 남자 다이빙 10m 싱크로나이즈드 플랫폼 결승에서 12조 가운데 7위에 올라 아쉽게 최고 성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또한, 우하람은 남자 다이빙 10m 플랫폼 결승에서 10위를 남겼고, 3m 스프링보드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준결승 티켓을 양보하기도 했다.
올림픽에 이어 세계선수권에서도 결승에 진출한 우하람은 내년 아시안게임 메달권 진입을 노린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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