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독일 자동차 회사들의 담합 의혹이 확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독일 국내에서 담합 의혹이 불거진 데 이어 미국에서도 이들이 20여년간 카르텔을 형성해 기술적 발전을 늦추고 경쟁을 해치고 있다는 소송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 2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BMW와 다임러, 폴크스바겐과 그 계열사인 아우디와 포르셰 등 5개사의 반독점법 위반을 주장하는 소장이 접수됐다. 원고측은 미국 운전자들을 대표하는 집단 소송을 모색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 회사들이 지난 1996년부터 최소한 2015년까지 반독점법을 어기고 경쟁적인 기술 정보를 주고받는 '5자 서클'을 형성해왔다는 것이 원고측의 주장이다.
원고측은 이들이 담합을 통해 독일의 뛰어난 기술력을 구실로 소비자들에게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혁신의 인센티브를 은근하게 저해할 수 있었다고 비난했다.
원고측은 독일 자동차 회사들이 배출가스 조절을 포함한 자동차 기술의 발전을 제한키로 공모했으며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스캔들이 발생한 것도 이런 담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장에서는 컨버터블 루프의 작동, 차체 디자인, 브레이크, 전자제어시스템 등도 독일 자동차 회사들이 담합한 탓에 기술적 혁신이 저해된 사례로 적시됐다.
원고측은 폴크스바겐에 배출가스 눈속임 소프트웨어를 공급한 보쉬도 소송 대상으로 삼고 있다. 제소된 자동차 회사들이 비밀 회합을 통해 특정 부품을 공급해줄 주요 협력업체들을 정해 경쟁기업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소송은 독일 자동차 회사들의 담합을 문제삼아 미국에서 제기된 소송으로서는 2번째다. 지난 22일 뉴저지 연방법원에도 독일 자동차 회사들을 고발하는 소장이 제출된 상태다.
뉴저지주 법원에 제소한 운전자들은 독일 자동차 회사들이 미국에서 경쟁을 저해하는 문화를 조장하고 지난 20년간 럭셔리 자동차의 가격을 올리기 위해 공모하는가 하면 배출가스 기준을 피하기 위한 기술을 공유하는 담합을 저지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소장에는 BMW와 폴크스바겐, 아우디, 포르셰, 벤틀리, 다임러, 메르세데스 벤츠가 피고로 돼 있고 보쉬는 공모자로 포함돼 있다.
이들이 제기한 담합 주장의 핵심은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바꾸는 용해제 애드블루(AdBlue)를 위한 소형 탱크다. 제작 비용을 의식한 독일 자동차 회사들이 미국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하는데 필요한 것보다 작은 탱크를 장착키로 비밀리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잇따라 제기된 소송은 독일 주간지 슈피겔의 폭로 기사에 근거를 둔 것으로 보인다.
슈피겔은 지난 21일 독일 자동차 회사들이 1990년대부터 디젤차 배출가스 처리를 포함한 여러가지 사안에서 비밀리에 담합해왔다고 보도했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독일 당국도 즉각 조사에 나선 상태다.
슈피겔에 따르면 이들은 차량의 기술, 비용, 부품업체, 시장, 전략, 그리고 심지어 디젤차의 배출가스 처리에 대해서까지 협의할 목적으로 200명 넘는 직원들이 참여하는 모두 60개의 실무그룹을 가동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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