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드라마 '비밀의 숲' 인기 이면엔 검찰의 '깨알 컨설팅'
검찰 긍정적으로 그리진 않지만…"드라마-현실 간극 최소화"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검찰 공보 업무를 맡아 '검찰의 입' 역할을 하는 대검찰청 대변인실 직원들은 지난 2달간 인기리에 방영된 tvN 주말극 '비밀의 숲'을 누구보다도 유심히 시청했다.
'검사 스폰서 살인 사건'이 배경인 드라마의 제작진에게 검찰의 생생한 모습을 '컨설팅'해 준 결과가 어떻게 화면에 반영돼 나타났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비밀의 숲 제작진은 본격 촬영에 앞선 올해 1월 중순 대검 대변인실을 찾아 반나절 동안 드라마의 설정과 관련한 갖가지 질문을 쏟아냈다.
평검사-부장검사-차장검사-검사장으로 이어지는 직급 체계부터 수사가 정말 강압적 분위기에서 이뤄지는지, 고위 간부가 사건에 개입할 수 있는지까지 물었다.
"아침에 출근할 때 건물 출입은 어떻게 하느냐", "피의자는 대기할 때 복도에 있느냐"는 등의 깨알 질문도 하고, 구내식당 등 내부를 샅샅이 둘러보기도 했다.
그 결과 나올 수 있었던 것이 마치 일선 검찰청을 폐쇄회로(CC)TV로 들여다보는 듯한 사실적인 묘사였다.
한 검사는 "칙칙한 복도나 캐비닛 잠금장치, 엘리베이터의 층별 부서 배치표 같은 디테일에서 제작진이 검찰을 제대로 스케치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검사는 "보통 영화에서는 검-경이 주로 갈등하는 데 반해 검사인 황시목(조승우)과 경찰인 한여진(배두나)이 협업하는 모습은 실제와 비슷했다"고 '관전평'을 내놓았다.
물론 극적 재미를 위해 삽입된, 검찰 내부 현실과 다소 거리가 있는 '옥에 티' 같은 장면들도 더러 있다.
극 중 악역에 해당하는 이창준(유재명)이 검사장으로 승진하자 검사들이 복도에 도열해 90도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실제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한 검사는 "조승우가 단서를 찾아 사건 현장에 침입하기도 하는데 검사가 현장에 직접 가는 일은 잘 없을 뿐 아니라 영장 없는 침입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검사와 재벌이 얽힌 부정부패를 다루는 비밀의 숲에서 검찰 조직은 그리 긍정적인 모습으로 그려지지만은 않는다.
이를 알면서도 대검이 비밀의 숲 제작진을 도운 것은 검찰의 '어두운 점'은 뼈아프게 받아들이되 과장된 묘사에서 비롯된 오해는 최소화하려는 시도다.
이윤주 대검 홍보사무관은 "현실의 대부분 검사는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일선에서 묵묵히 주어진 업무에 임한다"며 "(제작진에 대한 자문은) 두 세계의 간극을 좁히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이 같은 목적으로 문화 콘텐츠 제작에 도움을 주는 사례는 점차 늘고 있다. 당장 하반기에 방영될 지상파 드라마 제작진도 대검 대변인실을 거쳐 갔다.
지난 5월에는 서울영상위원회 입주 시나리오 작가·감독 약 100명에게 검사·수사관들이 직접 찾아가 드라마 속 검찰과 실제 모습의 차이를 설명했다.
6월에는 웹툰 작가 30명이 대검을 찾아와 막연히 떠올리던 검찰의 이미지가 현실과 어떻게 다른지 확인하기도 했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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