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발족 후 다양한 비밀공작 수행…비밀작전과 구분
철저한 내부 통제 등으로 對北 비밀공작은 위험성 커…'검토용'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미국이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비밀공작(covert action) 카드를 꺼내 들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다.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워싱턴프리비컨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센터('코리어 임무 센터', 5월 발족)를 통해 정보 수집부터 비밀공작, 미 국방부에 대한 무기 지원까지 다양한 작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해 다양한 비밀공작 가능성을 시사했다.
◇비밀공작은 CIA 등 정보기관이 주도권 행사…국가 차원의 개입을 철저히 부인
미 국방부가 펴낸 '군사ㆍ연관 용어사전'과 미 국가안보법 503조 등에 따르면 대외정책 수단의 하나인 비밀공작은 기존의 정보 활동 영역을 벗어나 수행되는 것으로, 선전, 정치·경제공작, 준(準) 군사공작, 제거공작 등으로 이뤄진다.
이 가운데 준군사공작은 반정부 세력을 규합한 후 이들에 대한 무기 공급과 훈련 지원 등을 통해 정권 전복 시도다. 또 제거공작은 최고 수뇌부 등 영향력이 큰 인사들에 대한 암살이나 무력화 등을 의미한다.
비밀공작의 가장 큰 특징은 기획과 실행을 지시한 국가 차원의 '지원 기관'(sponsors)의 개입 사실을 철저하게 부인하고 은폐하는 점이다. 설사 노출돼 사실일 가능성이 크더라도 '그럴듯한 부인'(plausible deniability)으로 일관하는 게 원칙이다.
또 다른 특징은 CIA가 비밀공작의 실행자라는 점이다. 이는 2008년 7월 마련된 '대통령 행정명령 12333 개정안'에 따른 것으로, 폼페오 국장이 대북 비밀공작 가능성을 들고나온 것도 바로 이에 따른 것이다.
비밀공작은 비밀작전(clandestine operations)과 구분된다. 둘 다 비공개라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비밀작전은 작전 실행 자체를 감춘다는 점에서 다르기 때문이다. 비밀공작과 비밀작전은 냉전 시기에 활발하게 수행됐다.
◇美 CIA 냉전 시기 다양한 비밀공작 수행
미 CIA는 1949년 창설 직후부터 다양한 비밀공작을 주도해왔다.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1953년 영국 비밀정보국(MI6)과 함께 한 이란 모하메드 모사데크정권 붕괴 공작이다.
모사데크 총리의 석유 국유화 조치에 막대한 피해를 우려한 영국이 그를 '친소 공산주의자'라며 CIA와 SIS가 합동으로 쿠데타를 부추겨 수행한 이 공작은 정권 붕괴 후 팔레비 국왕을 다시 세우는 데 성공했다.
CIA는 또 이듬해(1954년) 중미 과테말라의 야코보 아르벤스 대통령 정권이 '역내 소련의 교두보' 구축을 시도하며 미 기업의 이익을 손상하고 있다며 군부 쿠데타를 부추겨 전복시킨 후 군사독재 정권의 장기집권을 지원했다.
베트남에서도 미 CIA 주도의 비밀공작은 활발하게 수행됐다. 특히 제네바 평화협정으로 베트남 국민이 남북 총선을 앞둔 1956년 CIA는 친미파로 반공주의자 정치가인 응오딘지엠을 내세워 남쪽에 단독정부를 수립하도록 해 20년간의 치열한 베트남전의 씨앗을 뿌렸다.
아프가니스탄전에서도 CIA의 비밀공작은 활발했다. 아프간을 점령한 소련군에 맞서 무장항쟁을 하던 무자헤딘 반군 세력에 스팅어 휴대용 대공미사일 등 최신장비를 제공하는 한편 그린베레(육군 특전단), SAS(영국 육군 특전단) 등 전·현직 특수부대원들을 고용해 이들에 대한 군사훈련과 전투지휘 등의 임무를 수행하게 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정권이 한창이던 1987년 CIA는 중미 니카라과 좌익정권 붕괴를 위해 필요한 무기 구매 자금을 마련하고 중동 지역에 억류된 미국 인질 석방 등을 위해 이란에 비밀리에 무기를 판매한 '이란-콘트라' 공작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 정치·외교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2001년 9·11 사태 직후 CIA는 자체 특수공작단(SAD)과 그린베레를 주축으로 한 군 특수부대원들을 동원, 아프간 반정부 무장세력 가운데 하나인 '북부동맹'을 규합해 탈레반 정권의 붕괴 공작을 이끌어냈다.
◇철저한 내부 통제 등으로 對北 비밀공작 카드는 '검토용'
전문가들은 비밀공작이 미 대외정책 수단 가운데 여전히 유효한 카드 중의 하나이지만, 베트남과 이란·콘트라 사례처럼 대내외적으로 엄청난 후폭풍이 우려되기 때문에 사용에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특히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내부 통제가 철저해 내부 지지세력 규합은 물론이고 방첩 분야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거둔 북한을 상대로 한 비밀공작은 예전 사례보다 위험성이 더 크기 때문에 실행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한 마디로 '검토용'일뿐이라는 주장이다.
s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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