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靑간담회 숙제에 대내외 악재까지…"하한기 없다"

입력 2017-07-31 11:32   수정 2017-07-31 15:16

재계, 靑간담회 숙제에 대내외 악재까지…"하한기 없다"

文대통령 당부 '상생협력·일자리창출' 구체화 방안 논의 착수

北ICBM·사드 변수에 주목…기업수사·경영난 등도 고민거리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신호경 기자 = 재계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대화 이후 후속조치 마련에 나섰다.

본격적인 휴가철에 접어들었지만, 주요 그룹 총수급이 참석한 청와대 회동이었던 만큼 '더불어 잘사는 경제'라는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맞는 구체적인 방안을 조속히 내놓기 위한 것이다.

특히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이은 우리 정부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추가 배치 결정과 이에 따른 중국의 반발, 미국의 통상 압력 등 대외적 불안 요인까지 겹치면서 주요 기업들 사이에서는 '올해 하한기(夏閑期)는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들은 문 대통령의 기업인 대화에서 '화두'가 됐던 좋은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협력업체와 동반성장 등과 관련한 세부 추진방안 논의를 이번 주부터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채용 확대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안 마련에 나섰으며, 지난주 2분기 실적 공개에서 밝혔던 올해 대규모 투자 계획의 세부 항목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삼성그룹 계열사들도 2,3차 협력사 추가 지원 방안과 하반기 채용 계획 등을 놓고 임원진을 중심으로 머리를 맞대고 있다는 후문이다.

현대차그룹도 정의선 부회장이 청와대 만찬에서 "국내외 스타트업과의 상생협력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한 만큼 협력업체 지원에 필요한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4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직접 간담회에 참석했던 SK그룹은 주요 계열사 임원들이 참여하는 '공유인프라 추진방안 마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 체계를 가동하는 등 발빠른 행보에 나섰다.

LG그룹도 "1차 협력업체와 계약할 때 2·3차 협력업체와의 공정거래를 담보하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하겠다"는 구본준 부회장의 간담회 약속을 실천하기 위한 세부방안 마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들 주요 그룹이 맞닥뜨린 대내외적인 상황은 간단치 않다. 문 대통령과의 약속 이행이라는 '숙제' 외에도 경영 측면에서 넘어야 할 장애물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당장 오는 7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뇌물죄 혐의 결심 공판이 예정돼 있다. 최근 청와대가 공개한 문건이 이번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기류가 감지된다.

지난 2분기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 등으로 순이익이 '반 토막' 난 현대차는 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설상가상으로 북한의 잇단 도발로 인해 정부가 사드 추가 배치를 전격 결정하면서 또다시 중국 시장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의 일본 도시바(東芝) 반도체 부문 인수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예측불가능한 국면에 빠져들고 있는 게 가장 큰 고민이다.

LG그룹은 주력 기업인 LG전자의 최근 스마트폰 실적 부진과 함께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사업 등이 '사드 악재'를 버틸 수 있는지가 최대 현안이다.

이밖에 주요 그룹들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이어지고 있는 재벌 개혁 움직임, 기업에 대한 수사 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자칫 타깃이 되지 않을까 초조해 하는 분위기다.

huma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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