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보경 이적에도 기존 자원 활용…수원도 영입 포기
제주, 윤빛가람·류승우 영입으로 'ACL 징계' 후유증 상쇄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어느 해보다 뜨거웠던 올해 프로축구 여름 이적시장에서 '큰 손'으로 꼽히는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이 전력 보강을 전혀 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올스타 휴식기까지 나란히 1, 2위를 달린 전북과 수원은 지난달 29일부터 한 달간 진행된 추가 등록 기간에 영입한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K리그 클래식 12개 구단 중 '영입 선수 0명'은 전북과 수원, 그리고 군(軍) 팀인 상주 상무까지 세 팀뿐이다. 나머지 9개 K리그 클래식 구단이 총 27명을 영입해 구단 평균 3명을 보강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전북과 수원은 '부자 구단'으로 분류되는 데다, 두 팀 모두 K리그 클래식 우승이 간절하다는 점에서 다소 놀라운 일이다.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가장 먼저 움직인 건 사실 전북이었다.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 1위를 달리다가 '심판 매수' 사건으로 승점 9점을 삭감당하면서 다 잡은 우승을 FC서울에 내줬던 전북은 병역 문제 해결을 위해 국내 구단으로 임대를 추진 중인 미드필더 윤빛가람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이 직접 윤빛가람의 에이전트를 만나 계약 조건도 들었다. 그러나 윤빛가람의 원소속팀인 중국 슈퍼리그 옌볜FC가 선수 연봉과 별도로 거액 임대료를 요구하는 바람에 협상이 중단됐다.
전북은 결국 윤빛가람 영입을 포기했고, 핵심 미드필더였던 김보경이 일본 J리그의 가시와 레이솔로 이적했음에도 이재성과 이승기, 정혁, 장윤호 등 기존 미드필더진을 활용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두꺼운 선수층을 보유한 자신감이었다.
전북은 김보경 이적 이후에도 김신욱, 로페즈, 에두, 이동국 등 화려한 공격진을 앞세워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해 K리그 클래식 7위의 부진한 성적 탓에 부활을 노리는 수원도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돈 지갑을 열지 않았다.
공격수 김종민을 일본 J2리그(2부리그) 파지아노로 6개월 임대하는 등 세 명의 선수 결원이 생겼지만 충원하지는 않았다.
수원은 대신 임대 신분이던 브라질 출신의 특급 공격수 조나탄을 완전 이적시켜 2020년까지 3년 계약을 연장했다.
시즌 초반 중하위권에서 맴돌았던 수원은 조나탄의 4경기 연속 멀티골 활약을 앞세워 5연승을 달리며 2위까지 뛰어올랐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잠잠했던 전북, 수원과 달리 제주 유나이티드는 알토란같은 선수를 영입했다.
올해 K리그 구단 중 유일하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올랐던 제주는 우라와(일본)와 16강 2차전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로 수비수 조용형과 백동규가 장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던 터라 어느 구단보다 선수 보강이 절실했다.
제주는 전북이 윤빛가람 영입을 포기하자 곧바로 협상에 나서 임대료 없이 윤빛가람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윤빛가람은 자신이 제시했던 연봉까지 삭감하며 친정팀 제주를 선택했다.
외국인 선수 마르셀로가 일본 J리그 오미야로 이적하면서 두둑한 실탄을 확보한 제주는 윤빛가람에 이어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뛰던 공격수 류승우까지 잡았다.
또 중국 옌볜FC로 이적한 공격수 황일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브라질 출신의 측면 공격수 마유송을 영입하고, 챌린지(2부리그)의 경남FC와 트레이드를 통해 스피드와 슈팅력을 겸비한 공격수 김도엽을 보강했다.
이 밖에 FC서울이 알아인과 계약이 종료된 미드필더 이명주와 계약했고, 포항과 강원은 각각 공격수 김승대와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영을 영입하며 전력을 강화했다.
슬럼프에 빠졌던 제주가 '윤빛가람 영입 효과'를 보며 상승세로 접어든 가운데 여름 이적시장에서의 선수 보강이 후반기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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