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싼값에 도시락 팔아 불우이웃 돕기한 할머니 기념
(타이베이=연합뉴스) 류정엽 통신원 = 대만에서 평생을 공짜나 다름없는 도시락을 불우이웃에게 팔아온 할머니를 동전에 새겨 기념하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31일 대만 자유시보와 연합보 등에 따르면 10대만달러(370원) 도시락을 팔아오다 작고한 고(故) 좡주위니(莊朱玉女) 할머니를 10대만달러짜리 동전에 새겨넣자는 제안이 대만 정부의 국민참여 공공정책 사이트에 올랐다.
좡 할머니는 대만 펑후(澎湖)섬에서 태어나 50년동안 가오슝(高雄)에서 생활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10대만달러 도시락을 팔아오면서 '10위안(元·대만내 대만달러 표기 단위) 할머니'라는 별명으로 알려져 있다.
여섯 자녀를 키우려 장사에 뛰어든 할머니는 서민 노동자들의 생활고를 목격하고 46세부터 도시락을 3대만달러에 팔기 시작했다. 이들이 동정 받는다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책정한 가격이었다.
자녀들을 다 키우고서도 할머니는 연중무휴로 10대만달러만 받고 도시락을 팔았다. 이렇게 50년 가까이 자선사업 같은 도시락 장사를 하다가 자신 소유의 집 7채를 팔아야 했다.
지난 2000년 중풍을 앓으면서도 도시락을 계속 팔았고, 이듬해 가오슝시는 할머니에게 '도시 영웅'이라는 훈장을 수여했다. 좡 할머니는 2015년 2월 향년 96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장례식에는 할머니가 돌보던 이들을 비롯해 사회 각계에서 2천여 명이 참석해 할머니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한 네티즌이 공공정책 참여 사이트에 올린 '동전 바꾸기' 제안에 대해 지난 27일부터 서명운동이 시작돼 이틀만에 찬성 서명자가 5천명을 넘어섰다. 공공정책 참여 플랫폼 개설 후 최단 시간내에 발의 조건을 충족한 제안이었다. 서명자가 5천 명이 넘으면 안건으로 공식 발의된다.
31일 오후 현재 서명자는 6천100명을 돌파했다.
대만 정부는 앞으로 2개월 내 이 제안에 대한 가부 의견을 발표해야 한다.
이 제안은 대만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탈(脫) 장제스(蔣介石)화 조치와도 맥락이 닿아있다. 현재 10대만달러 동전에는 초대 총통 장제스가 새겨져있다.
가오즈펑(高志鵬) 민진당 위원은 페이스북에 새로운 동전만들기 프로젝트에 5천명 넘게 서명했다며 10대만달러 동전에서 좡 할머니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제안이 올라온 공공정책 사이트엔 반대의견도 만만찮다. "화폐를 바꾸는 데 들어가는 경비가 얼마인지 아느냐", "예산 낭비다", "좡 할머니가 도와준 건 대만 전체가 아니다", "(대만의 유명기업인인) 왕융칭(王永慶·포모사그룹 창업자), 궈타이밍(郭台銘·폭스콘 회장)도 동전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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