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은 비위생적인 난민촌에 머무는 난민과 불법 체류자들에게 정부가 적절한 위생시설과 식수를 제공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최고행정재판소인 콩세유데타(Conseil d'Etat)는 31일(현지시간) 프랑스 정부가 릴 지방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낸 항소심 결정문에서 "정부가 난민촌 체류자들의 기본적인 요구를 외면해 이들이 비인간적 상황과 기본권 침해에 노출됐다"며 법원의 손을 들어줬다.
콩세유데타에 따르면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도버해협 연안도시인 칼레 등지의 난민촌 체류자들은 적절한 식수와 샤워시설, 화장실이 갖춰지지 않아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각종 피부병과 감염, 심각한 불안 등 육체적·정신적 문제에 직면해왔다.
불법 난민촌의 열악한 상황이 인권문제로 비화하자 지난 6월 26일 릴 지방법원은 국가가 이들에게 식수와 화장실, 샤워시설을 제공하고 난민 심사 기간에 적절한 시설에 이들을 수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자 프랑스 내무부와 칼레시(市) 당국은 정부가 난민촌의 시설을 개선하면 불법 난민촌 '정글'과 같은 시설이 계속 들어서게 될 것이라면서 판결에 불복, 콩세유데타에 항소했다.
하지만, 콩세유데타 역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정부가 적절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난민들의 인권침해 상황을 개선하라는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에 힘이 실리게 됐다.
프랑스 정부는 앞서 지난 12일 2019년까지 난민 신청자와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들을 위한 수용시설 총 1만2천500명 규모를 확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프랑스는 정치적 이유가 아닌 경제적 이유로 유입되는 불법 체류자들을 파악해 추방하는 절차를 더욱 체계화하는 등 강경책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프랑스는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기아와 내전, 정치불안 등을 피해 들어온 난민과 불법 체류자들이 몰려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작년 한 해만 해도 8만5천 명이 프랑스에 난민 신청을 한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계속 늘어나는 난민과 불법 체류자들로 인해 프랑스 내 수용시설은 포화상태가 됐다.
수도 파리와 영국으로 건너가는 길목인 칼레 등지에는 곳곳에 대규모 불법 난민촌들이 형성돼 치안 불안과 공중보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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