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마을 계속 사라져…연변조선족자치구 취소 우려도
조선족 학교 1천500개→200개로 감소…"민족교육의 위기"
(베이징·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조선족의 전통적 거주지인 동북 3성에서는 불과 25년 만에 전체 인구의 4분의 3이 빠져나가면서 농업 중심의 공동체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조선족 학교도 빠른 속도로 줄어들면서 우리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중수교 이래 동북 3성의 조선족 인구는 계속 감소했다. 돌아오는 사람에 비해 떠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현지에서 '공동체의 위기', '민족교육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선족은 그동안 한중 양국의 언어와 문화를 잘 안다는 장점을 활용해 경제·문화 교류 등에도 다양한 공헌을 했다.
그러나 현지화하는 차세대가 늘어나면 더이상 그런 역할은 기대하기 어렵게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조선족 떠난 자리 한족이 대체
한중수교 이전에는 조선족의 97%가 동북 3성에 거주했고 그들의 76%가 벼농사를 지을 정도로 농촌 경제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인구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조선족 마을도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헤이룽장성의 경우 1995년 491개였던 조선족 마을이 2007년에 233개로 줄었고 30개였던 조선족 향(鄕)은 19개(2011년)로 감소했다. 유사한 시기 랴오닝성에서는 13개의 조선족 향·진(鎭) 가운데 4개가 없어졌다. 중국의 행정구역은 규모에 따라 성(省)·주(州)·현(縣)·향·진의 순으로 구분한다.
조선족이 떠난 농촌의 빈자리는 한족이 채우고 있다. 농사 인력도 한족으로 대체됐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조선족 공동체가 줄어드는 것은 동북 3성의 공통된 현상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조선족자치주가 아예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국가사무위원회는 1985년 9월 "민족구역자치의 민족비례는 총인구 중 많은 비례를 차지해야 하며 30% 이하는 안 된다"고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조선족 연구 학자들은 "자치주는 민족정책의 큰 틀이라 정치적 판단도 고려해야 하므로 향·진과 달리 쉽게 없앨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 조선어 대신 중국어로 수업하는 '조선족 학교'
중국 정부로부터 '전국문명촌' 칭호를 받는 랴오닝성 선양시 인근 '만융촌'의 조선족 소학교는 700명에 달하던 학생이 100명으로 줄어들자 3년 전부터 한족 학생을 받고 있다. 한족 비중이 높아지면서 조선어 수업 대신 중국어 수업이 늘었다.
옥문산 촌장은 "조선족 마을이란 자부심이 강했는데 이제는 한족과의 융화가 마을 운영의 제일 중요한 과제라 어쩔 수 없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입학생이 끊어지면서 조선족 학교가 문을 닫거나 인근 한족학교로 통폐합되는 사례도 속출했다.
옌볜조선족자치주의 대표적 학생신문인 조선족중학생보에 따르면 1990년대 초 40만 명에 달하던 동북 3성의 중고등학생이 2015년에는 2만3천여 명으로 줄었고, 1천500여 개에 달했던 조선족 중학교도 200개로 감소했다.
만융촌의 경우처럼 남아 있는 조선족 학교도 학생 감소로 인해 한족 학생들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한족이 다수를 차지하는 경우 수업을 조선어가 아닌 중국어로 진행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처럼 조선어가 '제2의 언어'로 전락한 환경에서 교육받는 조선족 아이들은 더이상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없는 것은 물론 한민족의 정체성을 갖추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720만 재외동포 가운데 우리말과 문화를 가장 모범적으로 지켜온 조선족의 전통적 거주지에서마저 민족교육이 위기에 처한 것이다.
황유복 베이징 중앙민족대학 교수는 "조선족이 하나의 민족공동체로 생존하려면 구성원 간 민족문화 공유가 제일 중요한데 이를 교육하는 학교가 흔들리고 있다"며 "청소년에게 우리말과 문화를 전하는 일을 정부 당국이나 학교에만 맡기지 말고 조선족 사회가 모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 한 자녀 선호·국제결혼 등으로 전체 인구 감소
조선족의 전체적인 인구는 꾸준히 감소세를 보인다. 한중수교 당시 192만 명에서 2015년 183만 명으로 줄었다.
중국은 인구 억제를 위해 2015년까지 한 자녀 정책을 펼쳐왔지만 소수민족은 예외로 두 자녀를 허용해왔다. 하지만 조선족 사회에서는 한 자녀 갖기 풍조가 강했다.
조선족 간의 결혼이 줄어드는 것도 인구 감소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대도시로 나간 젊은이들은 주변에 조선족이 별로 없어 한족과의 결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의 국제결혼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6월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과 결혼한 조선족은 2만1천여 명에 이른다. 조선족 여성은 남편 쪽 문화와 국적을 따르기 때문에 자녀의 한족화 또는 한국·일본 국적 취득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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