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2년가량 119 무전을 24시간 도청한 뒤 사고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구급차로 시신을 옮기고 장례비를 나눠 갖는 수법으로 45억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김모(46) 씨 등 12명을 붙잡아 6명을 구속하고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김 씨 등은 2015년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부산 지역 119 무전을 도청해 사망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 구급차를 가장 먼저 보내 시신을 옮기고 장례식을 맡아 45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총책인 김 씨와 무전 감청조 2명, 구급차 운전사 1명, 장의업자 8명이 범행에 가담해 2년가량 하루 평균 시신 4구를 처리, 모두 3천여 건을 싹쓸이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김 씨 등은 부산 시내 전역의 119 무전 주파수를 찾아내 24시간 도청하면서 심정지, 심폐소생술(CPR) 등의 표현이 들리면 곧바로 구급차를 현장으로 보냈다.
이들은 사법 기관의 단속을 피하려고 인적이 드문 곳에 설치한 상황실에서 무전기에 스마트폰을 연결하고 외부에서 이 스마트폰과 통화하는 방식으로 무전 내용을 도청했다.
이들은 또 단속에 적발될 기미가 보이면 외부에서 원격으로 무전기와 스마트폰의 전원을 껐고 대포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아 추적을 피했다.
부산을 크게 4개 권역으로 나눠 장례식을 맡은 장의업자들은 총책에게 월 400만∼1천400만원을 상납하거나 장례비용을 절반씩 나눠 가졌다.
구급차 운전기사는 5개 구를 담당하는 장의업자에게서 매월 250만원을 월급 명목으로 받고 나머지 장의업자들에게는 시신 1구를 운구해줄 때마다 10만원을 챙겼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주·야간으로 나눠 119 무전을 24시간 도청한 공범 2명은 월 140만∼200만원을 챙긴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김 씨 등은 경찰에서 "119 무전의 주파수 대역을 대충 알고 있어서 그에 맞는 무전기로 검색해 정확한 주파수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부산소방안전본부에 무전기를 디지털로 바꾸는 등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청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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