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시장 공략 위해 기획…0-1 패배로 '망신살' 자초
등 돌린 국내 팬 불러 모으는게 급선무라는 지적 쏟아져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산토끼 잡으려다가 집토끼까지 놓친 꼴이 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총재 권오갑)이 지난 주말 K리그 간판스타들을 대동하고 베트남 하노이까지 날아가 진행한 원정 올스타전에서 베트남 23세 대표팀에 0-1로 패배한 '하노이 굴욕'을 두고 한 축구인이 꼬집은 말이다.
프로축구연맹은 2020년대 중반까지 K리그를 아시아 축구를 선도하는 최고의 리그로 만든다는 구상 아래 그동안 해외 올스타전을 기획해왔다.
앞서 2008년과 2009년 일본 J리그와 서울-도쿄를 오가는 올스타전을 성공적으로 치렀고, 2010년에는 스페인 명문구단 FC바르셀로나를 국내로 초청해 침체에 빠진 K리그로 팬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프로연맹은 K팝을 비롯한 한류가 확산하는 것과 맞물려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중국 슈퍼리그와의 올스타전을 추진했지만,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극적으로 진출한 중국 측의 거부로 무산됐다.
연맹은 올해에는 동남아시아 지역 마케팅을 염두에 두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에 올스타전 의사를 타진한 끝에 베트남과 원정 올스타전 개최에 합의했다.
국내 K리그 클래식 강원FC에서 뛰는 '베트남의 박지성' 쯔엉이 베트남 대표로 뛸 수 있다는 점도 흥행 요소로 고려됐다.
그러나 2년 만의 K리그 '별들의 잔치'이자 두 번째 해외 원정인 올스타전 결과는 참담했다.
'용광로 스트라이커' 양동현(포항)을 비롯해 염기훈(수원), 이근호(강원) 등 K리그의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총출동했지만 무기력한 경기 끝에 결국 0-1로 무릎을 꿇었다.
경기 직전까지는 너무 '일방적인 승리'를 걱정했던 연맹 관계자은 '하노이 참사'가 현실이 되자 충격에 빠졌다.
올스타전 경기 결과가 좋았다면 그나마 묻힐 수 있었던 비판들도 쏟아졌다.
국내 프로축구가 2015년 K리그를 강타했던 승부조작 파문과 경남FC에 이은 지난해 전북 현대의 '심판 매수' 사건으로 축구팬들이 떠나는 상황에서 '팬심'을 되돌리기보다 해외 원정 올스타전을 기획한 것부터가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지적이다.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보다 저조한 프로축구 시청률과 프로야구에 밀려 중계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서 국내 팬들을 경기장으로 끌어모으기보다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선 건 리그 흥행을 외면한 연맹의 판단 착오라는 것이다.
또 이미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등 유럽 축구에 익숙한 베트남 축구 팬들이 K리그 선수들에게 열광할 것이라는 기대도 현실과 동떨어진 착각이다.
K리그 올스타와 베트남 23세 대표팀이 맞대결을 벌인 4만석 규모의 하노이 미딩 국립경기장에는 2만5천여명의 관중이 찾았다.
연맹은 2년 전 같은 곳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의 베트남 투어 때 관중 2만8천여명에 육박하는 수치라 흥행에서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했다.
그러나 동남아시안게임(SEA) 출전을 앞둔 베트남 23세 대표팀에 쏠린 베트남 축구팬들의 관심일 뿐 이걸 K리그에 대한 관심으로 직결시키는 건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아울러 K리그 올스타팀의 준비 부족과 선수들의 무기력한 경기 내용도 문제로 지적됐다.
국내 경기 일정이 빡빡한 상황이라서 훈련은 28일 출국 후 한 차례 정도 발을 맞춘 게 전부였다. 또 올스타팀 구성도 2일 예정된 주중 경기를 고려해 구단별로 선수를 안배하는 수준으로 이뤄져 애초부터 최고의 경기력을 내기 어려운 한계를 안고 있었다.
경기 내용도 강한 투지를 불사른 베트남 23세 선수들과 달리 K리거들은 긴장감 떨어진 플레이 끝에 0-1로 패하는 굴욕을 자초했다.
아시아 최고 리그를 자부하는 K리그가 동남아 시장 개척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변방'으로 분류된 베트남에 뼈아픈 패배를 당함으로써 한국 프로축구 역사에 오점을 남긴 결과가 됐다.
올스타 휴식기를 마치고 2일 후반기 레이스를 재개하는 K리그가 내년부터는 국내 팬들이 공감하고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별들의 잔치'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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