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하는 사이 호텔 다 지어…유치원 92m 떨어진 곳 옮기기로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서귀포시의 행정착오로 유치원에서 불과 19m 떨어진 곳에 8층짜리 호텔이 들어섰다. 재판이 진행되는 사이 호텔이 다 지어졌고, 결국 유치원이 92m 떨어진 곳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유치원 이전허가를 신청했다가 거부처분을 받은 A재단이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심판에서 A재단의 손을 들어줬다고 1일 밝혔다.
유치원 정문에서 직선거리로 50m까지는 구 학교보건법상 '절대정화구역'이라서 숙박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 그런데 서귀포시는 2015년 2월 서귀포시 성산읍 천주교 B유치원 옆에 8층짜리 호텔 신축허가를 내줬다.
호텔과 B유치원의 직선거리는 19m에 불과해 '절대정화구역'에 해당하므로 숙박시설 허가를 내줄 수 없음에도 행정착오로 호텔이 들어서게 됐다고 중앙행심위는 설명했다.
서귀포시는 뒤늦게 공사중지를 명령했지만, 호텔 측이 공사중지명령 취소소송과 함께 집행정치 가처분신청을 했다.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공사가 계속됐고, 본안 소송 재판이 길어지면서 그사이 호텔은 모두 지어졌다.
이에 A재단은 호텔에서 약 92m 떨어진 곳으로 유치원을 이전하고자 제주교육감에게 작년 5월 교육환경평가 승인신청을 했다.
본래 유치원·학교로부터 50m 초과 200m 이내 구간은 '상대정화구역'에 해당해 숙박시설을 지으려면 교육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호텔이 이미 지어진 상태에서 92m 떨어진 곳에 유치원을 이전하려다보니, 유치원 측도 교육당국의 허가가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이다.
제주교육감은 "A재단이 신청한 이전 예정부지에서도 호텔이 보인다. 학생들의 건전한 학습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승인을 거부했다.
A재단은 현재 유치원과 호텔이 매우 가까운 데 반해 이전 예정부지는 성당 내 부지 중 호텔과 가장 멀고 성당 건물과 조경수로 호텔이 가려져 현재 위치보다 더 쾌적한 교육환경이 조성된다면서 작년 9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이전 예정부지에서 호텔 일부가 보이는 등 교육환경 침해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교육환경이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만일 이전하지 않으면 호텔과 거리가 19m에 불과하지 않느냐"며 제주교육감의 이전 거부처분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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