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허 태풍] ② "슈퍼태풍 남의 일 아니다"…전문가 경고

입력 2017-08-03 06:30   수정 2017-08-03 06:37

[예측불허 태풍] ② "슈퍼태풍 남의 일 아니다"…전문가 경고

전 지구적 이상기온 따른 수온 상승으로 발생빈도 갈수록 높아져

장기간 현장조사 통한 중장기 방재대책·전문인력 확충 필요성 제기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전지혜 기자 = 2013년 11월 슈퍼태풍 '하이옌'이 덮친 필리핀에서는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몇 년간 복구에 힘을 쏟아야 할 정도로 시설과 재산피해 규모도 거대했다.

이를 계기로 연례행사처럼 태풍을 맞는 제주를 비롯한 국내에서도 슈퍼태풍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슈퍼태풍은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 등에서 쓰는 개념으로 최대풍속이 130노트, 초속 67m 이상인 강력한 태풍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 등으로 슈퍼태풍이 세력을 유지한 채 우리나라 부근까지 상륙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대비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온난화로 태풍 길목 수온 상승…슈퍼태풍 내습 가능성도 커져

문일주 제주대 교수(태풍연구센터장)는 "아직 슈퍼태풍급의 강력한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준 사례는 없지만 가까운 미래에 한반도 주변 태풍 길목의 수온 상승으로 슈퍼태풍이 강도를 유지하며 제주를 비롯한 한반도까지 북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가장 세력이 강할 때 최대풍속 초속 75m로 슈퍼태풍급이던 태풍 '매미'(2003년 9월)도 우리나라에 도달할 때에는 다소 세력이 약해지는 등 그동안은 태풍이 북상하면서 세력이 약화해 아직은 우리나라에 슈퍼태풍이 찾아온 적이 없다.

그러나 전 지구적 이상기온에 따른 수온 상승 등으로 인해 슈퍼태풍이 세력을 유지하면서 올라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10월 우리나라를 강타한 태풍 '차바'를 꼽았다.

과거 데이터를 볼 때는 10월에 그 정도로 강한 태풍이 우리나라 부근까지 북상할 수가 없었지만, 지난해 동중국해 부근 수온이 예년보다 섭씨 2도 이상 높았고 그러다 보니 태풍이 강도를 유지하면서 북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슈퍼태풍 발생이 늘어나는 경향도 보인다.

문 교수가 최근 38년(1975∼2012)을 19년씩 전반기, 후반기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 태풍 발생빈도는 전반기 477개(평균 25.1개), 후반기 468개( 〃 24.6개)로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슈퍼태풍 발생빈도는 전반기 55개(평균 2.9개)에서 후반기 84개(〃 4.4개)로 52%가 증가했으며,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태풍 중 세력이 가장 강했을 때 슈퍼태풍급까지 발달했던 태풍은 전반기 11개(〃 0.58개)에서 후반기 13개(〃 0.68개)로 18% 증가했다.

슈퍼태풍이 늘어나는 건 지구온난화 등으로 태풍이 주로 발달하는 해역에서 에너지원인 열용량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슈퍼태풍은 해수 온도가 27도 이상인 해수면에서 발생한다. 하이옌도 발생 해역의 해수 온도가 29도 정도로 매우 높아 바다로부터 충분한 열과 수증기를 공급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지금까지는 과거 태풍의 기록을 갖고 자연재해에 대비해왔다는 점이다.

문 교수는 "지금은 역대 강한 태풍의 극치(최대값)를 바탕으로 태풍에 대비하고 있지만, 기후변화 등을 고려해 기준을 더 높여서 대비해야 한다"며 "설계기준을 조금만 높여도 비용이 많이 늘어나기 때문에 쉽지는 않지만, 점점 강한 태풍이 올라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 "장기간 현장조사 데이터로 중장기적 방재대책 마련해야"

슈퍼태풍이 내습하면 강풍, 파도, 해일, 홍수 등으로 인해 사회기반시설, 공급시설, 처리시설, 산업시설, 관광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피해가 우려된다.

이 때문에 분야별로 체계적인 대비태세를 갖추고 각종 기준과 설계기준을 정비해야 하며, 피해 발생 시 복구 매뉴얼도 마련해 신속하게 복구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물 빠짐이 좋은 화산지질 구조상 그동안 홍수 우려가 비교적 적었던 제주의 경우도 최근 침수 범람으로 큰 피해를 남긴 태풍 '나리'의 사례를 비롯해 이상기후로 인한 돌발성 집중호우 빈도가 늘어나는 점 등을 볼 때 물난리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양성기 제주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장기간 현장조사를 통한 하천 유량 관측과 수문 성분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천별 특성에 적합한 홍수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방하천이 50년 빈도의 홍수에도 안정성을 확보하도록 법제화하고 있지만, 제주도는 2007년 태풍 '나리' 이후 이 기준을 대폭 상향 조정해 지방하천은 100년, 소하천은 50년 빈도의 홍수량에 안전하도록 많은 정부예산을 투입해 하천정비사업을 꾸준히 진행했다.

그러나 이상기후로 인해 예상을 뛰어넘는 집중호우와 슈퍼태풍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필요에 따라 일부 하천의 경우 200년 빈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출 필요가 있으며, 이 과정에서 장기간 현장조사를 통해 꾸준하게 쌓인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양 교수는 주장했다.

이외에도 특수시설인 저류지를 보다 과학적·체계적으로 운영·관리하기 위해서는 재해·재난 관련 부서에 전문지식을 갖춘 방재전문직 공무원을 채용, 업무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최대한 유지하며 위기 상황 시 재난대처능력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toz@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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